널 닮은 미소로 따뜻한 위로를 건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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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서귀포시 표선면 초원의 집(上)
초록 싱그러움 차오르는 곳
음악에 취하고 노래에 취해 본다
앞다투며 피어난 봄꽃들이 바람난장 식구들을 반긴다. 이름도 푸릇푸릇한 ‘초원의 집’이다. 유창훈 作 오월의 동화.
앞다투며 피어난 봄꽃들이 바람난장 식구들을 반긴다. 이름도 푸릇푸릇한 ‘초원의 집’이다. 유창훈 作 오월의 동화.

상처와 사랑의 또 다른 이름, 꽃

인연의 시작과 끝은 어디쯤일까. 사람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자신를 향한다. 시작을 꿈꾸는 것도 이별을 고하는 것도 이기에서 비롯될 뿐. 견고했던 사랑도 봄날의 꽃잎들처럼 어느 한 순간 피었다가 찰나에 저물기 마련이다. 늦은 봄날, 내 기억 속에서 먼 길 떠난 너를 다시 불러본다. 너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계절마저 길을 잃고 헤매는데 삶이라고 다를까. 갑작스러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세상은 어지럽고 갈수록 상처 입은 영혼들이 쏟아져 나온다. 꽃이 펴도 꽃이 되지 못하는 이 봄. 그래, 지금은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순간. 작지만 깊은 위안을 만나러 길을 떠난다.

앞다투며 피어난 봄꽃들이 먼저 반긴다. 이름도 푸릇푸릇한 초원의 집’(박창언 대표)이다. 곱게 핀 야생화를 혼자 보기 아까워 바람난장 식구들을 초대했다고 한다. 초입부터 마당 안까지 초록의 싱그러움이 차오른다. 부유물처럼 떠다니던 마음의 파문이 금세 차분해진다.

대체 주인은 어떤 마음으로 이 많은 수국을 길러냈을까. 수국은 하루에 8~9시간 이상 물을 주며 키워야 해서 물국이라는 별칭이 따라붙는다고 한다. 말 그대로 사랑과 정성이다. 무릇 삶도 자연도 서로 기대지 않고 존재하기란 불가능하다. 네가 있음으로 내가 있고, 너 하나 잃고 내 전부를 잃은 것 같은.

전병규님의 소금 연주(반주 현희순)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가 허전한 마음 한 구석을 채운다.
전병규님의 소금 연주(반주 현희순)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가 허전한 마음 한 구석을 채운다.

잠시 잠깐 모두 잊고 홀연히 떠나고 싶은 마음을 눈치 챈 걸까. 전병규님의 소금 연주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가 허전한 마음 한 구석을 채운다. 부드럽지만 묵직하고 낮지만 깊은 가락이 너에게 보내는 기도가 되어 울려 퍼진다. 뒤이어 흘러나오는 김정희와 시놀이 팀의 아련한 한 편의 시가 잔잔한 울림을 이어간다. 음악에 취해 노래에 취해 꽃과 한 몸 되듯 젖어 본다.

김정희와 시놀이 팀의 아련한 한 편의 시가 잔잔한 울림을 이어간다. 음악에 취해 노래에 취해 꽃과 한 몸 되듯 젖어 본다.
김정희와 시놀이 팀의 아련한 한 편의 시가 잔잔한 울림을 이어간다. 음악에 취해 노래에 취해 꽃과 한 몸 되듯 젖어 본다.

보슬비도 너에게는 기도가 되어

다만 쓸쓸한 것들은 가라

바다는 제 푸른 고집에

수평선만 내리치다가

거기 흔들 수 없는 슬픔이

다시 등대로 돌아와

무심한 어둠의 비늘을 벗긴다

울 없는 바다 너울을 부드럽고 힘차게

울 없는 파도의 경련 끝에서

하얗게 파닥이는 자유함이여

뿌리를 쫓아

미련 없이 뒤틀리고 가라앉으면

꽃이 된다고

꽃잎의 옆구리마다 고름이 삐져나오듯 박히는 꽃술이

스스로를 확인하며 상처를 입히고

상처는 제 근본을 핧으며 사랑이라 말할 때

바다가 숲으로 들어 푸른 이파리가 되고

너의 질리도록 새파란 정절이

감옥에서 꽃아!

나는 더디어 온전한 기쁨이구나

-김순남 탐라산수국전문

이날 사회를 맡은 정민자 바람난장 대표가 공간을 채우는 따뜻한 목소리로 바람난장 식구들의 무대를 소개하고 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정민자 바람난장 대표가 공간을 채우는 따뜻한 목소리로 바람난장 식구들의 무대를 소개하고 있다.

꽃은 상처의 내성(耐性)일지도 모른다. 사랑을 표현할 때 종종 꽃을 건네지만 가끔은 사랑의 유효를 확인하는 수단에 불과할 때가 있다. 더 많이 사랑하는 자의 슬픔이 꽃이 되어 돌아올 때, 꽃은 화살이 되고 통증이 된다. ‘꽃잎의 옆구리마다 고름이 삐져나오는 걸 알면서도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러다가 등 돌린 사랑이 그리워 다시 불러보는 꽃이라는 이름.

화려한 원색보다 더 눈부신, 검은 돌담 아래 핀 연보랏빛 수국이 잊고 있던 너를 닮아 있었다.

너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니…

 

사회-정민자

그림-유창훈

유포니움-황경수

플롯-이관홍

소금-전병규

반주-현희순

시낭송-김정희와 시놀이 (김정희·이정아·이혜정·장순자)

영상-김성수

사진-허영숙

음향-최현철

-김은정

 

*다음 바람난장은 613일 오전 10시 외도 월대천에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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