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산행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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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순 수필가

하루가 다르게 녹음이 짙어진다.

그러고 보니 벌써 여름이다. 겨울부터 코로나 때문에 집안에 숨어 살다보니 어느새 두 계절이 홀연히 지난다. 지난 일상이 까마득한 추억처럼 멀게 느껴진다. 일상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행복은 늘 내 곁에 서성였던 것 같은데 그 때는 왜 모르고 살았을까? 자신의 삶은 언제나 지난 다음에야 보인다. 때 늦은 후회가 생겨나는 이유다.

들녘을 바라보니 온통 녹색 물결이다. 하늘엔 점점이 구름이 떠 있고, 그 아래 푸른 들판이 수채화처럼 펼쳐있다. 미풍에 흔들리는 풀잎들이 군무처럼 나부낀다. 초여름 들녘 길은 이슬에 세수한 듯 청량하다. 마스크로 입과 코를 가리고 살았으니 시원한 공기를 마셔본 게 언제였나 싶다. 오랜만에 마스크 없는 맨얼굴로 실컷 공기를 내 안으로 들여 본다. 아, 날 공기 맛이 이런 것이었구나. 숨 쉬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진다.

온갖 풀벌레 소리와 꽃과 초목들이 내뿜는 향기에 내 모든 감각이 예민해진다. 사방을 둘러보니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더니 야외활동이 부쩍 늘었다. 해외여행이나 공연 감상 같이 사람들과 부딪는 활동 대신 산과 들을 찾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식당이나 카페 같은 식음 시설은 예전 같지는 않다는 푸념들이다.

모든 게 예전 같진 않지만 이만한 게 어딘가. 코로나가 심각할 때는 이런 자유로운 일상이 영영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그렇고 보니 보이는 사람들 모습이 밝고 활기차다. 집에서만 보내는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산행도 하고 들녘도 거니니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고 활력이 되살아나는 모양이다.

산길이나 들길 걷기는 사람들과 대면하지 않고도 가능하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즐기며 할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도 다소 자유로운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조용히 한발 한발 내딛다 보면 자신의 내면이나 지나온 삶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절로 자신의 삶과 내면을 성찰하게 된다. 마음속에 평화가 깃들고 몸에 활력이 차오른다.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지내는 요즘, 비대면 스포츠나 실내 취미 활동을 하는 이들도 더러 있지만 아무래도 불안과 불편이 따른다. 반면에 자연 속 걷기는 불안이나 불편 없이 할 수 있다. 자연이 그려내는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함께 하는 이들과도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친구나 이웃에게 산행을 하자고 권유하기는 쉽지 않다. ‘횰로족’들처럼 홀로 즐기는 게 낫다. 그래서인지 홀로 산행을 즐기는 ‘혼산족’이 늘고 있다. 예전에는 대여섯 명씩 친목으로 산행을 하거나 동호회 같은 대규모 산행이었다면 요즘은 홀로가 대세다. ‘홀로 산행’의 묘미랄까. 무리지어 하는 게 아니라 혼자서 걷고 쉬며 즐기는 방식이다. 행복은 저절로 다가오지 않는다. 함께 할 수 없다면 혼자서라도 다가가며 누려야 한다. 절실하면 길은 찾게 마련이다. 한적한 곳을 찾아 가볍게 혼자, 또는 가족 단위로 여행 대신 캠핑을 하는 ‘혼캠핑족'도 늘고 있다고 한다. 그 또한 시도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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