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옥살이' 4.3행불 수형인 재심 개시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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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전 불법 체포.구금, 적법한 재판 절차 여부 쟁점...재판부 "구체적 사실입증 필요"
제주4·3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회장 김광우)는 8일 재심 청구소송 첫 심문을 앞두고 제주지법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주4·3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회장 김광우)는 8일 재심 청구소송 첫 심문을 앞두고 제주지법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4·3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옥살이를 하다 행방불명 된 수형인에 대한 재심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이 시작됐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8일 군사재판에서 국방경비법위반 또는 내란실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김병천씨(1923년생) 등 행불 수형인 14명의 재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첫 심문을 진행했다.

이날 심문에서는 70여 년 전 법원이 법률에 따라 재판을 진행한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재심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법원이 법률에 따라 재판이라고 인정할 만한 절차를 했는지 여부와 판결문이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피고인들이 모두 행방불명 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불법 체포·감금은 물론 적법한 재판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2019년 1월 마무리된 4·3생존 수형인 18명에 대한 재심과 1948년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혐의로 사형을 당한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재심 여부를 결정할 때도 불법 연행·체포·구금 여부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한 부분이 쟁점이 됐다.

변호인은 “기소장과 공판조서, 판결문 등 재판기록조차 없어서 당시 재판은 형식적으로 이뤄졌고, 이름을 부른 후 일률적으로 형량이 선고됐다”며 “자신의 형량조차 알지 못해 입소 후 간수로부터 형량을 들은 것을 볼 때 절차와 요건을 갖춘 제대로 된 재판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4·3 당시 군사재판은 두 차례 열렸다. 1948년 12월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는 내란죄로, 1949년 7월 육군 고등군법회의는 국방경비법 위반 및 내란실행 혐의로 2530명에게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재판은 물론 연행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국가기록원에서 받은 내용 이외의 구체적인 사실 입증이 필요하다”며 “간접 경험보다 부모와 형제가 연행·체포되는 것을 직접 목격한 2~3명의 유족을 상대로 진술을 듣는 심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심문에서는 행불 수형인의 ‘형법상 사망 확인’과 ‘호적상 동일인 여부’도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행불인)들이 살아있다면 90~100세 가량으로 지금도 연락이 되지 않고 제사를 지내는 것을 보면 모두 사망한 것으로 보이지만, 생존 여부를 법적으로 확인하는 단계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지방에서 옥살이를 한 4·3수형인 대다수는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집단 학살·암매장되거나 행방불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다수 유족들은 교육·취업·상속 등을 위해 1970년대 읍·면·동에서 민법상 사망 신고를 했을 뿐, 형법상 일정 요건과 절차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인정받는 ‘실종 선고제도’는 활용하지 못했다.

변호인은 “피고인들이 사실상 생존 가능성은 없다. 70여 년 전 국가가 수감한 이후에 책임을 지고 집으로 보내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서 재심을 청구한 것”이라며 “300명이 넘는 고령의 유족들이 일일이 실종 선고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심문에서 행불 수형인 14명 중 5명(36%)은 호적상 다른 이름으로 재심을 청구, 재판부는 자칫 동명이인으로 인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호적상 이름과 재판기록의 이름이 동일인인지 여부를 보강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는 수감자들이 수형생활로 인해 가족들이 좌익세력으로 몰려 피해를 볼까봐 수형인 기록에는 가명(假名)이나 아명(兒名)을 적으면서 호적상 이름과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편 행불 수형인 재심에 나선 청구인(직계 유족)은 모두 349명이다. 재판부는 20명 안팎으로 나눠 앞으로 10여 차례에 걸쳐 심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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