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선달의 변(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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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 제주국제대학교 국제교류원특임

‘봉이 김선달’ 하면 대동강물을 팔아먹었다는 천하의 사기꾼이 떠오른다.

곡물을 파는 치매 노인에게 자기의 옷을 가리키며 ‘이게 뭐요?’라고 물었더니, ‘오시오(옷이오)’라고 말하자 가게 안으로 들어간 후, 잣을 가리키면서 ‘이것은 뭐요?’라고 묻자, ‘자시오(잣이오)’라는 노인의 말에 잣을 실컷 집어 먹었다.

희대의 김선달이 비싼 잣값을 치를 리가 없다.

김선달이 머리에 쓴 갓을 가리키면서 ‘이것은 뭐요?’라고 묻자 ‘가시오(갓이오)’라는 대답에 김선달은 잣값을 치르지도 않고 가려다 노인과 실랑이가 벌어졌는데, 결국 노인의 아들이 왔다.

‘오라고 해서 왔고 자시라고 해서 먹었고 가라고 해서 가려는 참이었다’라는 김선달의 설명에 아들은 치매에 걸린 아버지의 실수로 생긴 일이라 생각하고 김선달을 보내줬다.

보도에 따르면,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할머니들을 위하여 매입했다는 이른바 ‘쉼터’는 할머니들의 요구도 없었고, 할머니들과의 협의도 없이 매입하였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의연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예산을 자유롭게 집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영수증 명세 공개를 요구하는 기자에게 ‘어떤 NGO가 영수증을 공개하더냐?’라는 격앙된 목소리의 답변은 ‘우리가 하는 일에 무슨 간섭을 하려느냐? 우리의 특권인데’라는 뜻이 들어있지 않은가?

최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연의 부당 행위에 대하여 몇 차례 기자회견을 하였다.

회견 직후,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이 ‘할머니 기억이 달라졌다’라고 한 대목은 기억이 불분명한 치매 노인의 기자회견으로 왜곡시키려는 의도였다.

지난 3일 수요집회에서 이나영 이사장이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공격을 멈춰달라’는 연설을 했다고 한다.

이 말은 할머니를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할머니의 잘못된 회견 내용을 용서해 달라’는 뜻이 숨어있다.

할머니를 비난하는 특정 집단이 분명 있다.

그러나 그 집단이 어떤 부류의 집단인지 잘 알고 있을 이사장의 말에는 꼼수가 들어있다.

차라리 ‘할머니가 잘못되었소, 윤미향 의원을 비난하지 마시오’라고 말하는 편이 더 솔직 담백한(?) 표현이 되었을 것을.

윤 당선자는 할머니를 기억이 변해버린 치매 노인으로, 이나영 이사장은 할머니를 공격받을 수 있을 만큼 나쁜 노인으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김선달을 족히 능가할 만한 놀라운 지략(?)이다.

당선인이 기자회견을 했을 때, 국회의원 사퇴 선언이 나올 수도 있다는 예상과는 달리 진정성이 없는 변명을 하느라 땀범벅이 된 모습이 가련하기도 하고 추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나름대로 소명할 것은 소명한 것 같다’라는 집권당 대표의 어처구니없는 훈수는 ‘끼리끼리 모인다’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소명과 변명, 진실과 거짓도 구별하지 못하는 새 정치인과 낡은 정치인.

김선달은 이렇게 말할 것 같다.

‘대동강물을 팔아먹었던 나는 소설 속의 주인공일 뿐이다. 국회의원에 연연하지 말고 너도 소설 속의 주인공으로 끝내거라. 후회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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