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영웅’되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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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해저물면 칠흑의 밤, 하지만 기어이 아침은 온다. 음습한 터널을 뚫고 지나면 탁 트인 광장이다. 낙엽수는 발가벗고 혹한을 견뎌 겨울을 난다. 외롭고 고단한 사람들을 다독이는 게 있다. 꿈이다. 꿈은 기다림이다.

가난을 겪은 사람이 진성의 ‘보릿고개’에 감동한다. 풍요의 시대에도 컵라면으로 곯은 배를 속이는 소시민들이 있다. 가난하려 가난이 아니고, 나락으로 떨어지려 해 불행이 아니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우리 주위엔 운명에 맞서는 용기 있는 이들이 적잖다. 그런 사람들을 대하면 가슴이 뛴다. 큰 박수에 이어 아침 햇살처럼 찬연한 웃음을 보낸다. 어둠을 몰아내고 맞이한 눈부신 아침 아닌가.

“저것 봐요. 울먹이는 거.” 가까이 떨리는 목소리에 TV 앞이었고, 단박 눈이 흐려 왔다. 미스터트롯 ‘진’이 발표되는 순간, 주인공과 그 어머니의 공간 접목은 극적인 것으로 감동의 극치였다. 나도 임영웅의 왕팬이 되고 말았다.

그는 자신의 소릴 가졌다. 그 목소리가 독보적이라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흐물흐물 트롯 속으로 녹아 흐르는 질료(質料)다. 그게 자그마치 그를 천부적인 가수로 만들었을 것이다. 한때 반짝하다 사라질 가수가 절대 아니라 단단히 신뢰하게 한다. 진정성 있는 감정을 그 소리에 담아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려 놓고야 만다. 그의 트롯은 그렇게 자신의 목소리에 서린 따스함과 배려 그리고 위로와 안식을 준다. 임영웅만이 갖는 소리의 힘이다.

부산 한 예식장에 깜짝 등장해 절친인 신랑을 놀라게 했다. 축가로 〈이제 나만 믿어요〉를 부르다 눈물을 흘렸다. “얘(친구)가 자꾸 우는 바람에…”라며 신나는 곡 하나 더 부른다고 몸을 흔들며 분위기를 띄워 결혼식장이 터져 나오는 환호에 미니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지 않은가 파란 재킷에 청바지 차림으로 흔들어대자 신랑 신부는 물론 하객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그에겐 이런 인간적 따스함과 정겨움이 있다.

그는 갓 서른, 30대는 기회라 한다. 그의 노래가 나이에 녹아들며 날개를 다는가. 5월의 가요종합평판에서 BTS에 이어 2위로 인기 절정을 찍는다. “서른 문턱에서 엄마의 고생이 느껴지더라고요.” 시상식에서 받은 상금 1억을 어머니께 드린다 한 데 이어, 광고로 어머니께 효도하겠다고 한 그. 지극한 효성에 애틋함이 어려 있다.

그는 한창 생의 변곡점을 찍는 중이다. 일, 현실, 관계, 결혼, 꿈이라는 카테고리에 싸여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그에겐 궁핍을 견뎌낸 내성(耐性)이 있다. 그래서 미덥다. 지금처럼 노래로 인생의 정도(正道)를 저벅저벅 걸어가리라.

‘궂은비가 오면/ 세상 가장 큰 그대 우산이 될게/ 그대 편히 걸어가요/ 견디다 지치면 내가 그대를 안고 어디든 갈게/ 이제 나만 믿어요.’ 참 감미롭다.

노래처럼 걸어가길,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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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편단심이모 오영애 2021-01-27 10:05:35
우리 영웅님 이야기가 참으로 공감합니다
한국의 가황입니다

qwerdsa 2020-06-13 17:28:52
임영웅 의 중저음 보이스는 정말 매력이 있읍니다...감히 타의 추종을 불허 한다고 할수 있겠습니다...어떨땐 달콤하게, 어떨땐 중후하게, 또 어떨땐 섹시하게..다가와선 심금을 울립니다...최고 입니다

미지니 2020-06-12 23:08:47
조용필님이후
가수다운가수가
나타난듯^♡^

편기숙 2020-06-12 22:25:51
김길웅 선생님 임영웅님에 대하여 넘 멋진
평을 해주셔서 팬의 한 사람으로 감사합니다
느끼는 감정은 대부분 비슷한것 같습니다
노래를 들으면 빠져드는 마력이 있고 팔색조의
목소리로 노래마다 느낌이 다름에 감동
입니다
임영웅님 노래들으며 우울감을 벗어났고
감정에 빠져들어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긍정의 마인드로 잘 커준 영웅님
을 보면서 꿈과 희망을 싶게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감로화 2020-06-12 21:47:36
임영웅이 부르는 모든 노래는 푹 빠져들지요~
어쩌면 그리도 모든 노래를 본래 본인의 노래인양 그리도 소화를 잘 시키고 가슴 뭉클하게 하는지...
임영웅 화이팅!!!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