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표 ‘보수본색’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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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부국장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2022년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보수의 가치를 역설, 국민의 마음을 얼마만큼 사로잡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래통합당 소속인 원 지사는 지난 9일 국회에서 보수의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당내 논쟁을 불러올 만큼 존재감을 과시했다.

무대는 국회의원 연구단체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이 첫 번째 연사로 초청한 특별강연이었다.

원 지사는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담대한 변화를 주도했던 보수의 역동성이 현대사의 핵심 동력이고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 “진보의 아류가 되어서는 영원히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축구에 빗대 “외부의 히딩크 감독에 의해 변화를 강요받는 현실”이라며 ‘용병’에 의한 승리가 아닌 보수의 유니폼 입은 승리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기본소득 등 이슈를 꺼내 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불만과 향후 외부 인사의 대권 주자 영입 차단을 겨냥한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다.

원 지사는 특히 보수의 역사를 찬양하면서 보수층 끌어안기에 공을 들였다.

원 지사는 1945년부터 1948년까지 대한민국 보수의 선택이 가장 위대한 선조의 선택이었다고 확신했다. 보수의 담대한 결단 사례로 박정희 대통령의 전 국민 의료보험 도입,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외교와 남북한 기본합의서, 김영삼 대통령의 금융실명제 실시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미래 준비가 아닌 과거 캐기에 몰두하고, 대한민국 역사를 통째로 뒤집으려는 시도를 한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원 지사의 행보는 당내 지지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대표주자로 입지를 다지기 위한 전략적 측면에서 볼 때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장제원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원 지사에 대해 대선 후보감으로 손색이 없다고 치켜세웠다. “보수가 아직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명강연”이라고 극찬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쪼그라든 보수의 외연 확장과 경쟁력 높이기를 외면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2002년 월드컵 선전은 명장인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고 전권을 맡겼기 때문에 가능했다. 박지성이 톱이 된 것은 히딩크와 싸워서가 아니라 잘 협력해서”라며 원 지사의 발언을 깎아내렸다.

원 지사의 역사관도 자칫 이분법적 흑백논리에 갇힌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고 있다.

현 정부의 과거사 접근에 부정적인 점도 안타까운 대목이다.

더 큰 보수를 일으켜 세우고 싶다면 지난날 보수정권의 잘못에 대해 진실로 사과하면서 훌훌 털어버리는 담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 당시 억울하게 민간인이 학살당한 제주 4·3사건을 비롯한 과거사 해결을 호소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보수 정권의 성공적인 역사만을 바라보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업적을 외면한 것도 통 큰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오십 좀 넘은 인생 중 가장 치열한 2년을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밝힌 원 지사.

대통령선거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 위해 보수층인 ‘집토끼’부터 붙잡으려는 전략은 유효할 것이다.

하지만 보수 주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현재의 ‘집토끼’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집토끼’보다 더 많은 외부 표심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원 지사가 밝힌 대로 자유·공정·책임의 보수 가치를 실천하면서 무엇으로 담대한 결단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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