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영, 서귀포시 송산동주민센터
신규 공무원으로 임용되고 처음 맡았던 업무 중 하나는 노인복지 업무였다. 그때 종종 주민센터에 찾아와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했던 할머니가 있었다. 연세도 있고, 거동도 불편해 보행보조기에 의지한 채 주민센터를 방문하던 할머니였는데, 어느 날 자신이 꼭 스쿨존 교통안전지킴이(노인일자리) 사업을 하겠다고 몇 번이고 당부하고 갔다.
노인일자리가 시작되는 날 메모돼 있던 할머니의 전화번호를 누른 후 연락을 드렸다. 노인일자리 신청이 시작되니 접수처에 방문해 참여 신청을 하라고 안내드렸다. 하지만 어르신은 몸이 불편하고, 버스나 택시를 타는 방법을 몰라 접수처까지 갈 수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어르신을 접수처에 모셔다 드리기로 하고, 차에 올랐는데 어르신이 가방을 뒤지며 5만원 지폐를 꺼내서 주려고 했다. 당황스러웠으나 “어르신 지금 어르신이 주신 돈 제가 받으면 앞으로 저는 어르신을 도와드리지 못해요. 이걸로 어르신 필요하신 물건 사고 맛있는 음식을 사 드세요”하고 자리를 피했다. 지역 주민으로서 도움을 드렸을 뿐인데 뿌듯함보다는 속상한 감정이 앞섰다.
그때 만약 아무렇지도 않게 그 돈을 건네받았으면 어땠을까? 평생을 마음속에 두고 살고 있지 않았을까?
우리는 매순간 청렴한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사회생활에 임하고 있지만, 그러한 생각과 마음을 저해하는 순간과 유혹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나부터 일상생활에서 청렴을 실천해 간다면 부정부패 없는 ‘청렴 제주’가 우리 곁에 있을 것이라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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