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만난 사랑
늦게 만난 사랑
  • 제주일보
  • 승인 2020.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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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 명상가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살다가 우연한 자리에서 운명처럼 스치는 본능적인 만남은 오랜 기다림이 만든 결실이다. 손가락 거는 약속은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행복꽃을 피워준다.

우스갯소리로 부부는 원수지간이 만난다지만 실제로도 다시 만나기를 반복한다. 친했던 이웃일 수도 있고 삼촌 또는 남편, 존경하는 스승일 수도 있는 그들과의 역할 분담은 쳇바퀴 돌듯 현재로 이어진다.

현대사회에서 이혼이나 사별은 잘못이 아니어도 내심 약점이 될 수 있고 흉을 만들어내지만 영혼의 입장에서는 새로움을 위한 변신이요, 당연한 수순이다. 정답 없는 숙제에 마치 정해진 틀처럼 부끄럽다고 숨어 버리는 행동은 발전의 방해꾼이다.

딸아이 혼사문제로 찾아오신 분은 올해로 60세였다. 힘들게 살아온 역경이 얼굴에 쓰여있었지만 초라하지 않았다. 사위 될 사람이 직업도 안정적이고 성실하다고 은근히 자랑했고 사진으로 보이는 인상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무엇이 문제냐고 물으니 사돈집과 형편이 안 맞아 결혼 후에 무시당하지 않을까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더구나 외동아들이라 시어머니 간섭도 걱정이란다.

선남선녀 궁합이라 어서 서두르라고 하니 그제야 안심인지 연신 웃음을 띠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주고받은 뒤 함께 온 일행들에게 먼저 나가라고 양해를 구하고 아이들 아빠가 객사를 한 게 맞냐고 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주사가 심하고 바람기까지 있어 밖으로만 다니더니 어느 날 자살을 했다는 통보를 받았단다. 그 후로 남매를 키우느라 안 해 본일이 없고 유혹도 받았지만 모진 세월을 혼자 이겨냈다고 말했다.

고생했다는 위로와 함께 이제 동화 속 왕자 같은 인연이 나타날 것인데 그때 다시 오라고 하니 이 나이에 무슨 소리냐며 손사래를 쳤다.

틀림없는 확신이 있었기에 돌려보냈는데 계절이 바뀌기도 전에 호감이 가는 사람이 있는데 식사는 했는지 어디에 있는지 자주 생각이 난다고 찾아왔다. 아직 고백은 없지만 믿고 싶단다.

이제 과거와 이별하고 노년에 아름다운 꿈을 만들어가라 하니 소녀처럼 수줍어했다.

시골 전원생활을 하는데 부러울 게 없다고 안부 인사를 받았을 때는 내심 뿌듯했다. 미안함을 갚으려는 귀신의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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