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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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1980년대 중반 내가 있던 군부대에는 색이 다른 사무실이 있었다.

중대마다 의무실이 있었는데 해군소속이었다. 그러니 이곳의 의무장교와 사병 모두 해군이었다.

한 중대 내에 해병과 해군이 공존하는 형태였다. 해병대에는 의무병과가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졸병 때에는 이러한 형태가 몹시 싫었다. 왜냐하면 몸이 아파도 쉽게 의무실을 사용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고참들은 어디 조금 아팠다고 타군에 가서 진료를 받느냐며 타박주기 일쑤였다. 고참들이 무서워서 의무실에 못가는 것이다.

고참들은 조금 아파도 의무실을 이용하면서 졸병에게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고참들의 뻘짓이었다. 그러니 조금 아픈 것 참았다가 병이 악화돼 의무실을 가면 의무장교가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타박을 준다. 장단 맞추기 어렵던 시절이었다.

▲요즘 공군에는 황제병사가 있는 모양이다. 병사가 상관인 부사관에게 빨래와 음료 심부름을 시켰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냉방병을 이유로 생활관을 혼자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소대가 사용하는 내무실을 혼자 사용했다는 얘기다.

이건 대통령 아들도 하지 못하는 일이다. 제 절차를 밟지 않고 민간 병원을 이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그래서 ‘황제병사’라는 말이 생긴 듯하다. 해당 병사의 아버지는 재벌급 기업 부회장이었다. 자본의 힘이 평범한 병사를 황제병사로 만들었는지 군 수사기관은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평등한 곳이 군대다. 똑같은 곳에서 똑같은 밥을 먹고 똑같은 침구류 속에서 잠을 잔다. 누가 부자라고 더 좋은 총을 주는 일이 없다. 복무기간도 똑같다.

체격이, 또는 체력이 서로 달라도 똑같은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교교 또는 대학교 때 운동선수로 활동했던 친구들은 체력이 좋아 어떤 훈련도 쉽게 소화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 친구들이 특수부대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운동을 싫어했던 친구들은 어떤 훈련에도 죽을 맛이다. 그래도 이겨내야 한다. 이게 군대다.

▲황제병사를 만든 공군은 이러한 일이 어떻게 해서 벌어졌는지 철저히 수사해 범법자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 그래야 황제병사2, 황제병사3이 생기지 않는다.

군대에 황제는 없다. 전우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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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자 2020-06-22 07:21:38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