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 만든 ‘잃어버린 지평선’ 속 유토피아
자본이 만든 ‘잃어버린 지평선’ 속 유토피아
  • 제주일보
  • 승인 20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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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중국 윈난성 샹그릴라, 중뎬
윈난성 서북단의 중뎬현이
소설 속 ‘샹그릴라’라 발표
관광 수입 위해 지명도 변경
송찬림사·나파하이 유명해
윈난성 샹그릴라 전경. 샹그릴라는 원래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가상의 지명으로 무릉도원과 같은 낙원이다. 1997년 중국의 한 지방정부가 윈난성 디칭장족자치주의 3개 현 중 하나인 중뎬현을 소설 속 그 샹그릴라라고 발표했고 2001년에는 중뎬현을 샹그릴라현으로 공식 개명했다.
윈난성 샹그릴라 전경. 샹그릴라는 원래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가상의 지명으로 무릉도원과 같은 낙원이다. 1997년 중국의 한 지방정부가 윈난성 디칭장족자치주의 3개 현 중 하나인 중뎬현을 소설 속 그 샹그릴라라고 발표했고 2001년에는 중뎬현을 샹그릴라현으로 공식 개명했다.

샹그릴라하면 무릉도원이 연상된다. 일상의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꿈속의 이상향으로 마음 한편에 남아있을 그런 곳이다.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을 통해서 샹그릴라(Shangrila)라는 가상의 지명이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소설이 나온 시기는 인류 최초의 대살육 사건인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그 후유증이 차츰 치유되던 때였다.

인류의 삶이 어느 정도 정상 궤도를 회복하는가 싶었는데 곧이어 경제 대공황의 광풍이 몰아쳤다. 암울한 현실에서 도피하고픈 사람들이 동쪽 멀리 어딘가에 있다는 소설 속 샹그릴라를 찾아 히말라야와 티베트 쪽으로 떠났다. 그러나 소설 속 무릉도원과 같은 낙원은 누구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리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졌다. 온 세상은 다시 죽음의 공포로 빠져들었다. 전쟁은 겨우 끝이 났고, 그 여파로 중국이란 나라가 얼마 후 공산화됐다. 티베트를 포함한 중국 땅은 이제 외부 여행객들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 금단의 땅으로 변해버렸다.

50년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중국의 한 지방정부가 드디어 샹그릴라를 찾아냈다고 떠들썩하게 발표했다. 윈난성(云南省) 디칭(迪慶)장족(藏族)자치주의 3개 현 중 하나인 중뎬현(中甸县)이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속의 그 샹그릴라라는 것이다. 지리·문화적 제반 요건이 소설과 일치하며 장기간에 걸친 엄격한 고증의 결과임을 강조했다.

피폐해진 일상에서 꿈속의 이상향을 그리던 서방세계 많은 이들의 시선이 중국 윈난으로 쏠렸다. 관광 수입과 외화 자본이 절실했던 중국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발 빠르게 움직였다

발표 4년 후인 2001년에는 중뎬현을 아예 샹그릴라현으로 공식 개명해버렸다. 티베트 문화를 샅샅이 뒤져 발음이 비슷한 한자를 찾아냈고 샹거리라(香格里拉)’라는 중국식 지명도 덧붙였다.

샹그릴라 또는 샹거리라의 어원은 샴발라(Shambhala·香巴拉). 불국정토인 피안의 세계를 일컫는 티베트 전설 속 이상향을 가리킨다. 티베트인들 마음속에는 세상이 탐욕과 부패로 종말을 맞을 때 샴발라 불국의 왕이 홀연히 나타나 자신들을 구원해줄 거라는 믿음이 전해져 내려온다.

새로운 이름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한 샹그릴라에는 이후 낙원을 꿈꾸는 해외 관광객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영리한 계산은 대성공으로 이어졌고 한 단계 조치가 더 취해졌다. 샹그릴라 현을 현급시(縣級市)인 샹그릴라 시로 승격시킨 것이다.

개명한 지 20년이 가까워오는 지금 샹그릴라는 전형적인 관광지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윈난성 리장시에서 샹그릴라시로 가는 도중에서 만나는 샹그릴라 대협곡,
샹그릴라 구시가 중심지인 올드타운 고성으로 들어가는 정문.

샹그릴라는 윈난성 서북단 쪽에 있다. 여러 소수민족들이 모여 살지만 티베트인들이 절반에 가깝다.

샹그릴라로 가는 여행자들은 주로 성도인 쿤밍의 항공편이나 가까운 리장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쿤밍과는 우리의 서울-제주 간 거리와 똑같다. 리장에서는 거리 150에 불과하지만 차량으로 4시간 이상 걸린다. 계곡과 능선으로 이어지는 열악한 도로를 따라 해발 1000m를 더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착한 샹그릴라에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으로 유명해진 관광 명소는 두 군데다

먼저, ‘신비롭게 빛나는 금빛 찬란한 절은 현지 여행자들의 0순위 방문지인 송찬림사(松贊林寺). 티베트 불교를 일컫는 라마교의 사원으로 티베트에선 포탈라궁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도시 중심부에서 북쪽으로 4떨어져 있고 지붕과 외곽이 온통 금빛으로 번쩍인다

드넓은 평원 앞 산악 지대에 있어 멀리서 보면 이 세상 모습이 아니다. 그저 잠깐 보이는 신기루의 느낌을 준다. 해발 3300m 고지대에 있으면서 가파른 계단을 100개 이상 올라야 한다. 사원 안을 둘러보는 동안에는 고소증이 오면서 멍한 기분에 취하기도 한다. ‘작은 포탈라 궁이란 별칭으로 불리기에, 라싸에 아직 못 가본 이들은 이곳에서 포탈라궁 기분을 느끼며 대리 위안을 삼기도 한다.

샹그릴라 구시가 중심지인 올드타운 고성으로 들어가는 정문.
윈난성 리장시에서 샹그릴라시로 가는 도중에서 만나는 샹그릴라 대협곡.

소설로 유명해진 두 번째 명소는 소와 양이 떼 지어 다니는 대초원이다. 송찬림사에서 북서쪽으로 5를 더 올라가면 펼쳐지는 초원 나파하이(纳帕海)를 말한다. 우기에 비가 많이 오면 초원은 드넓은 호수가 되기에 바다 해() 자를 이름에 붙였다. 건기가 되면 호수면이 줄어들거나 바닥이 말라붙어서 이라초원(依拉草原)으로 불린다. 해발 3300m 고원지대의 계절성 호수가 갖는 특성이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호숫가 황금빛 초원에 좋은 계절이 오면 들꽃이 만발하고 작은 말과 소와 양들이 노닌다. 누군가의 묘사처럼 미려하고 여유가 넘치는 곳이다.

고원 특성상 동절기는 여행을 피하는 게 좋다. 이왕이면 우기인 6, 7, 8월까지 피해서 이른 봄이나 늦가을이면 나파하이를 최대한 즐길 수 있다. 말타기와 활쏘기 등 다양한 초원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시의 북쪽 외곽에 있는 송찬림사와 나파하이는 샹그릴라 여행자들에겐 다녀오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시 가장 남쪽에 있는 올드타운 고성(古城)머물며 거니는 곳으로 표현할 수 있다. 두커종 고성(獨克宗古城)이 정식 지명인 샹그릴라 고성은 당나라 때 티베트의 토번 왕국이 중원을 향한 전초기지로 세운 요새에서 출발한 도시다.

고성 내 구이산 공원(龜山公園)에 올라 바라보는 오래된 가옥들의 모습, 대불사(大佛寺)에서 여럿이 함께 돌려보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60t짜리 마니차, 그리고 웨광(月光)광장 주변에서 느끼는 오래된 도시의 정취 등이 샹그릴라를 오래 머물고 싶은 여행지로 만드는 매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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