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녹하지악-자연이 빚어낸 걸작에 눈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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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중문동

 

서귀포시 중문동에 우뚝선 녹하지악(鹿下旨岳·녹하지오름)

지난번에 소개했던 거린사슴처럼 오름의 이름이 사슴과 동물인 노루와 관련돼 있다.

예전에 한라산에 사슴이 많이 서식할 때 겨울이 되면 쌓인 눈 때문에 먹잇감이 없어 사슴들이 무리지어 이 오름에 내려와 서식했다고 해서 녹하지악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녹하지악의 봉우리가 붓끝처럼 생겼다고 해서 필봉(筆峰)으로도 불린다. 녹하지악 정상과 거린사슴 정상과의 직선거리는 2.5남짓.

지금은 1100도로와 산록도로 등 주변 도로가 시원히 개설돼 차량 이동 여건이 좋아지면서 이 두 오름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가까이 있지만 도로가 개설되기 전 먼 옛날 이 오름은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던 오름이다.

그러다 보니 이 오름 일대에서 노루가 마음껏 뛰어놀 만 한 환경이다.

녹하지악은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붓끝처럼 봉오리가 뾰족한 표구 620m, 비고 121m의 전형적인 원추형 오름이다. 제주 중산간 지역 곳곳으로 사통팔달의 도로가 개설되고, 2002년 녹하지악이 위치한 산록도로변에 한 골프장이 문을 열었다.

녹하지악 주위를 돌아가면서 이 골프장이 생겨나 오름이 골프장 안에 갇힌 신세가 됐다.

그러다보니 예전처럼 녹하지악과 거린사슴을 오가던 노루 무리들의 길이 끊겨버렸다. 하지만 골프장 개설 당시 오름 안에 있던 몇 마리의 노루 무리들이 녹하지악을 터전삼아 살아가고, 골프객들의 발길이 끊긴 야간을 틈타 다른 곳을 오갈지도 모를 일이다.

녹하지악 가는 길은 평화로와 1100도로를 잇는 산록도로변에 위치한 한 골프장 안으로 진입하는 것. 다행히 골프장 측에서 오름 탐방객들을 위해 선 듯 주차장을 내준다.

골프장 진입 후 오른편 주차장에 주차한 후 그 방향으로 걸어가면 오름 안내판이 세워진 곳이 초입이다.

처음에는 인공 삼나무 숲이다. 빛 한줄기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한 숲을 지나니 시원하게 하늘이 열리면서 드넓은 억새광장이다.

가을이면 억새 은물결도 절경이겠지만 이 지점부터 녹하지악의 본모습이 나타난다.

시선이 한라산 백록담까지 거칠 것 없이 내달린다. 정상까지는 아직 더 남았지만 거친 숨을 쉴 때마다 고개를 돌리면 한라산과 골프장의 파아란 잔디가 지친 몸에 활력을 준다.

한 걸음 한 걸음 오르니 어느덧 정상.

정상에서는 한라산 너머만 안보일 뿐 제주 전체가 내 품에 안기는 듯 하다. 인근의 거린사슴과 민머르오름 너머 한라산 백록담과 산방산을 중심으로 한 제주 서부지역 오름 스카이라인이 가히 엄지척이다.

한편 앞서 소개한 거린사슴에서 하산 후 한라산 둘레길(돌오름길) 초입에서 우회전한 후 숲이 울창한 숲길을 따라 3를 걸으면 녹하지악이다.

이 숲길이 너무 좋아 이 길을 따라 걷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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