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무한 연장법’ 입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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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논설위원

최근 국회에서 소위 ‘전월세 무한연장법’이라 명명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주된 내용은 ‘임차인의 전월세임대차 갱신(更新)청구권 행사에 횟수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차인의 주거권 보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란다. 그러자 재산권 침해 및 시장 교란 등의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해당입법 추진 의원은 한 방송에서 “갱신청구권 행사 횟수 제한은 없지만, 임대인의 계약갱신 거절 사유들을 규정해 놨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임대인의 갱신 거절 사유로 차임(借賃)을 내지 않는 경우, 고의나 과실로 임차하고 있는 주택을 훼손한 경우, 집주인이 해당 주택을 재건축하거나 리모델링을 하고자 할 경우 등을 들었다.

법 개정안의 모델은 주요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제도 중 하나라고 했다. 특히 “독일, 일본, 미국을 비롯하여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기간(期間)의 정함이 없는 임대차 계약이 원칙”이라며 이번 법 개정안은 “다른 나라의 입법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법안이 국회 통과 시에 전월세 가격이 상승해 오히려 시장 교란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1989년에 주택임대차보호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됐을 당시에도 전월세 폭등 우려”가 나왔으나 기우(杞憂)였다고 했다. 실제로는 “오히려 기간연장에 의해 가격안정화가 이루어졌다”고했다. 그렇다면 계약 자유의 원칙상 문제는 없는가?

첫째, 법 개정안에 따라 당사자 일방이 자유롭게 선택한 상대방과 각자의 의사에 따라 ‘횟수의 무제한’을 자유롭게 합의하는 경우에는 합의에 따른 법적 구속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계약 자유의 원칙상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둘째, 계약 자유의 원칙은 소유권 절대의 원칙, 과실 책임의 원칙과 더불어 사적 자치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 수단 중 하나이다. 이 경우 개정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의 임대차계약 갱신청구권을 ‘무제한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공공필요에 의한 임대인의 재산권 행사 내지 소유권 행사의 과도한 제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즉,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제한 횟수를 벗어나는 입법이 이루어질 경우 헌법적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한국에서 주택을 소유한다는 것은 주거 공간 확보 차원은 물론 이재수단으로써의 의미도 강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외국의 입법례를 쫓아 임대차 계약 갱신 횟수를 제한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넷째, 계약자유의 원칙에는 당사자가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 또한 체결한다고 할 때 누구와 체결할 것인지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계약체결의 자유, 각 당사자가 그 계약의 내용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계약내용 결정의 자유, 각 당사자들이 체결하는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그 내용으로 한다. ‘갱신 횟수의 제한’은 계약의 중요 부분이라는 점에서 이를 과조하게 강제하는 것은 심사숙고를 요한다고 할 것이다.

생각건대 국회가 경제적 약자 보호 차원에서 일방의 권한남용을 막고 계약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하여 계약자유의 원칙을 제한하는 임대차보호법의 개정은 허용될 수 있다. 하지만, 임차인의 계약 갱신 횟수를 무제한 보장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적정한 횟수, 즉 양 계약 당사자 입장을 존중하는 ‘필요한 최소한 범위 내’의 횟수 제한은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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