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망바당 고망낚시
할망바당 고망낚시
  • 제주일보
  • 승인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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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수 시인. 수필가. 아동문학가

해연풍이 불어온다. 시골 외할아버지 집터엔 족대가 숲을 이루고 있다. 소싯적 동네 아이들은 족대로 낚싯대를 만들었다. 고망낚시는 그물을 쳐놓고 여럿이 고기를 몰아가는 민물고기 어법과는 사뭇 다르다. 낚싯대를 어집에 꽂아 넣는다. 아이들에겐 제격이다. ‘뱅어, 참돔, 볼락, 부시리 등 비교적 큰 어종들이 갯바위 낚시 대상이라면, 고망낚시는 이보다 작은 것들이다.

채비는 간단하다. 1미터 길이의 대나무를 쪼개어 낚싯줄을 묶고 갯가에서 잡은 지렁이를 바늘에 끼면 된다. 찌도 없다. 처음 바닷가를 찾았을 땐 그 바닷가가 똑 같은 바다로 보이지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물고기가 있을 법한 곳과 물고기가 살지 않은 곳은 확연히 다르다. 서식하기 좋은 장소란 먹잇감이 풍부하고, 지형이 잘 발달되어 물고기가 숨기 좋은 곳이다. 돌엉덩이나 작은 해초들이 많이 자라는 곳, 식물성 플랑크톤이 많으면 좋다. 이런 곳에는 작은 어종들이 많이 살아가고 있는 포인트가 되고 있다.

답답한 마음을 씻고 싶어, 어느 일요일 오후 모처럼 가족식구들이 시골 바닷가로 고망낚시에 나섰다. 손자, 손녀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뛴다. ‘시범을 보인 것은 할아버지였다’. 돌과 돌 사이에 낚싯대 하나씩 집어 놓았다. 낚싯대가 움직이는 것을 잘 살펴봐야 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미끼를 채가려고 요동친다. 톡톡, 툭툭, 신호가 온다. 먹이를 물고 줄달음치려는 순간이다. 바로 이 때다. 낚싯대를 들어 올린다. 올라왔다! 첫 입질에서 올라온 것은 고망 졸락이었다. 막내 손자가 들어 올린 낚싯대였다.

스마트폰 카메라 움직임이 바쁘게 돌아간다. 인증 샷이 멀리 멀리 전파를 탄다. 대박이다! 대박. 세 번째 보들락(베도라치)이 올라왔다. 그 후 소식이 없다. 한참동안 기다렸다. 묵언수행에 들어섰다. 그동안 썰물에서 밀물로 교차가 시작되나보다. 살아있는 지렁이가 춤을 출 때 물고기가 좋아하며 달려들 것 이다.

물이 너무 맑거나 탁해도 안 된다. 바람과 수온도 잘 맞아야 하고, 물때를 잘 만나야 한다. 보들락이나 검은 졸락, 어랭이(용치놀래기) 등 고망낚시는 뭐니 뭐니 해도 밀물이 치고 들어오는 한 순간에 승부를 걸어야만 한다. 밀물이 밀려온다. 고망낚싯대들이 바지런히 춤춘다. 들어 올려라, 올라온다, ! 신난다. 그날은 머젱이(운수가 좋은)가 있었던 날이었다. 낚시란 우연히 대박나기도 하고, 기대하지 못한 대어를 낚을 수도 있다. 하지만, “땅과 바당 내 주는 만큼만 얻어오면 된다고 하시던 어머님의 말씀이 뇌를 스친다. 그게 인생살이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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