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넝쿨'의 제주 점령...산림 생태계 '위협'
'칡넝쿨'의 제주 점령...산림 생태계 '위협'
  • 좌동철 기자
  • 승인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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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간에서 도심공원으로 확산...道 300만㎡ 제거 계획에 예산 부족으로 속도 못 내
제주시 공공산림 가꾸기 사업단원이 최근 애월읍 장전~하가리 도로변에 번성한 칡넝쿨을 제거하고 있다.
제주시 공공산림 가꾸기 사업단원이 최근 애월읍 장전~하가리 도로변에 번성한 칡넝쿨을 제거하고 있다.

재선충병 감염 소나무를 대대적으로 벌목한 이후 도내 전역에 칡넝쿨이 빠르게 확산, 산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29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칡넝쿨은 평화로와 5·16도로를 비롯해 하천과 과수원, 골프장, 도심공원으로 확산됐다.

양지성 식물이자 콩과 식물인 칡은 번식력과 생장력이 왕성해 햇빛이 잘 들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라고 있다.

3년 전부터 칡이 번성한 이유는 대규모 면적의 소나무 숲이 사라진 데다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도로 개설 등 각종 개발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주요 도로변을 점령한 300만㎡ 면적의 칡넝쿨을 우선 제거하기로 했다. 이는 우도 면적(618만㎡)의 절반에 이른다.

하지만 예산 확보에 차질을 빚으면서 지난 2년간 제거된 칡넝쿨은 14만㎡(4.6%)에 그쳤다. 여기에 도로변 제거 작업은 36㎞로, 전체 계획 구간(360㎞)의 10%대에 머물고 있다.

양 행정시는 전담팀까지 꾸려 제거에 나섰으나 예초기와 낫으로 뿌리를 절단해도 한 달만에 다시 확산돼 매년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칡의 생장점을 자른 후 자연에서 분해되는 비닐랩을 씌워 수분과 양분을 차단하거나 제초제(근사미)을 묻힌 면봉을 꽂아 놓는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그런데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병행해도 최소 2~3회의 반복적인 작업이 필요해 칡넝쿨의 번식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김현집 제주시 공원녹지과장은 “제초제와 비닐랩보다는 소와 말, 염소 방목이 칡을 제거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데 도로변이라 가축 방목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고 2018년 12월 평화로 제3광령교 절개지(3500㎡)에서 처음으로 화학적 조치(제초제 주입)와 물리적 방법(비닐랩 밀봉)을 시행했지만, 칡넝쿨은 산간은 물론 도심까지 빠르게 점령해 가고 있다.

칡넝쿨이 나무를 감아 올라가면 그 압력으로 나무는 수분·양분을 흡수하는데 지장을 받고, 광합성작용도 차단돼 말라죽고 있다. 이로 인해 제주 고유의 식생환경을 파괴하고, 다양한 수종의 생육을 방해하고 있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은 “소나무 재선충병 차단을 위한 대량 벌목으로 칡넝쿨이 번성했고, 각종 개발로 나무가 잘려나간 자리마다 칡이 발아를 하면서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제주의 산림이 망가지기 전에 예산과 인력을 우선 투입해 칡 제거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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