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듯 낯선 이 길이 발길을 붙잡다
익숙한 듯 낯선 이 길이 발길을 붙잡다
  • 제주일보
  • 승인 202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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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일본 규슈 올레
제주도 올레길 벤치마킹해
20개 코스 섬 전체에 분산
코스 완주 시 지역 한 바퀴
임진왜란 유적도 남아있어
사가 현의 가라쓰 올레 코스. 나고야 성 박물관에서 이순신 장군 화상과 거북선 모형을 만나고 나오는 길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일본에서 직선거리로 부산과 가장 가까운 가라쓰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과 물자를 실어 나른 전초기지였다.
사가 현의 가라쓰 올레 코스. 나고야 성 박물관에서 이순신 장군 화상과 거북선 모형을 만나고 나오는 길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일본에서 직선거리로 부산과 가장 가까운 가라쓰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과 물자를 실어 나른 전초기지였다.

20122, 규슈에 4개 올레길이 동시에 열리면서 규슈 올레라는 이름이 세상에 처음 나왔다. 제주도에 올레길이 열린 지 5년 만이다

규슈 올레는 우리 제주인들에게는 남다르다. 올레길 수출 1호인 것이다. ‘올레라는 브랜드의 사용과 제반 컨설팅을 포함하는 제주올레와의 협약의 결과다. 매년 1~3개씩 새로운 코스를 추가하면서 20192월 기준으로는 20개 코스에 총거리 235m로 늘었다.

제주와 규슈, 두 올레의 가장 큰 차이는 하나는 연속적이고 다른 하나는 단속적이라는 것이다. 모두 이어져 있는 제주 올레는 차량 이용 없이 트레킹만으로 제주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트레일이다.

반면에 규슈 올레는 20개 코스가 섬 전체에 각기 분산돼 있다. 한 코스를 걷고 나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음 코스로 이동해야만 한다. 오로지 걷기만이 목적이라면 단점일 수도 있지만, 차량 이용과 트레킹을 병행하는 여행도 나름의 묘미가 있다.

일본은 본섬인 혼슈(本州)를 중심으로 위로는 홋카이도(北海道), 아래로는 시코쿠(四国)와 규슈(九州)라는 큰 섬 4개가 열 지어 선 섬나라이다. 이중 규슈는 현해탄(玄海灘)과 대마도(對馬島)를 사이에 두고 한반도와 가장 가까우면서 역사적 사연도 많다. 우리나라 면적의 3분의 1을 훌쩍 넘기는 거대한 섬이면서 열도의 변방이지만 일본 근대화 과정에서 첨병 역할을 담당했던 곳이 규슈다.

규슈는 후쿠오카, 사가, 나가사키, 구마모토, 가고시마, 미야자키, 오이타라는 7개의 현으로 구성된다. 20개 올레 코스는 7개 현에 골고루 분포돼 있어서 전 코스를 종주한다는 건 규슈 전체를 한 바퀴 순회하는 것과 같다.

후쿠오카(福岡) 5개 코스(54)

후쿠오카는 규슈의 관문이기에 관광도 좋지만 규슈 올레 코스와의 접근성이 좋아 트레킹을 하고 싶을 때 좋다. 한 코스만 고른다면 하카타 역에서 가장 가까운 무나카타 오시마(宗像 大島) 코스를 추천한다. 규슈 올레 중 유일하게 배를 타야 하는 섬 중의 섬 코스다. 현해탄을 마주하는 운치가 대단하다

경남 거제시와 자매결연을 한 야메시의 야메(八女) 코스도 훌륭하다. 광활한 녹차밭과 고대의 고분들을 만날 수 있다.

사가(佐賀) 3개 코스(38)

일본에서 직선거리로 부산과 가장 가까운 가라쓰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과 물자를 실어 나른 전초기지였다. 나고야 성터 등 당시의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코스에 있는 박물관에서 이순신 장군 화상과 거북선 모형을 만나는 순간엔 감동이 온다.

다케오(武雄) 코스는 규슈에서 일본적인 요소들을 가장 많이 담아낸 코스로 유명하다

우레시노(嬉野) 코스에서의 녹차밭과 삼나무 숲길의 조화 또한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나가사키 현의 히라도 올레 코스 초입에 있는 절간 사이쿄사에 줄지어 있는 불상들. 빨간 옷을 두른 이 아기 불상들은 지장보살들이다.
나가사키 현의 히라도 올레 코스 초입에 있는 절간 사이쿄사에 줄지어 있는 불상들. 빨간 옷을 두른 이 아기 불상들은 지장보살들이다.

나가사키(長崎) 2개 코스(24)

나가사키는 일본 최초의 개항지이자 근대 해외무역의 전초 기지였던 곳이다. ‘청산벽수라 감탄하며, 여행자인 나는 히라도를 가슴 깊이 바라다본다라고 히라도 코스 한 켠에 새겨진 시구처럼, 북단 해안과 남단 해안에 조성된 두 개의 올레 코스에는 다도해가 풍겨주는 향취가 그윽하다. 한때 서쪽의 도읍이라 불릴 정도로 번창했던 곳이다.

구마모토 현의 아마쿠사 레이호쿠 올레 코스 중 토미오카 성을 내려올 때의 전경.
구마모토 현의 아마쿠사 레이호쿠 올레 코스 중 토미오카 성을 내려올 때의 전경.

구마모토(熊本) 3개 코스(34)

규슈의 허리를 지탱하는 지역이 구마모토다. 일본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 농민 봉기였던 시마바라(島原) 사건의 유적들을 만날 수 있는 코스이다. 봉기의 주동자였던 16세 소년 장군과 초기 기독교인들의 박해에 관한 슬픈 이야기들이 3개 코스 곳곳에 스며 있다. 차량 이동 시에는 아소산(阿蘇]) 인근을 지난다.

가고시마(鹿兒島) 3개 코스(38)

우리에게 익숙한 사쓰마(薩摩)’란 이름은 가고시마의 옛 이름이다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역사 인물 중 한 명인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가 신혼인 아내와 즐겨 걸었던 산책로가 가고시마의 기리시마 묘켄(霧島 妙見) 코스다. 일본 최초의 허니문 여행지로도 유명하다. 규슈 남쪽 끝에 있는 이브스키 가이몬(指宿 開聞코스는 일본 최남단 기차역에서 시작한다.

미야자키(宮崎) 1개 코스(12)

일본 조상신이 하늘에서 강림했다는 고유의 개국 신화를 잔뜩 품고 있는 땅이 미야자키다. 신화의 땅인 만큼 규슈 올레 전 코스 중 접근성이 가장 안 좋다. 유일한 코스인 다카치호까지 가려면 기차와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야 한다. 코스는 전반적으로 신비롭고 환상적이다.

오이타(大分) 4개 코스(46)

예전에는 이곳 벳푸(別府) 온천이 인기 있었지만 요즘은 인근인 유후인(由布院) 쪽으로 대세가 바뀌고 있다. 올레도 유후인 근교의 고코노에 야마나미(九重やまなみ코스가 아주 아름답다. 높이 200m 일본 최대의 현수교를 건너보고, ‘설국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집필활동을 했던 산골 마을도 지난다

오쿠분고(奥豊後) 코스에서는 거대한 마애석불과 주상절리가 유명하다. 사이키 오뉴지마(佐伯 大入島코스는 가장 최근인 20193월에 개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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