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옳고 누가 그른 것인가.
요즘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이분법적 나누기 속에서 ‘내가 옳고 네가 그르다’는 편가르기를 당하며 살고 있을 것이다.
‘이 말도 일리가 있고 저 말도 일리가 있다’고 했다간 회색분자로 몰리기 십상이다 보니 ‘내 편’ 아니면 ‘네 편’으로 갈릴 뿐이다.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놓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내린 수사 지휘에 대한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발동한 수사지휘권이 위법·부당하다는 의견과 함께 특임검사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추 장관은 요지부동이다.
추 장관은 8일 “공(公)과 사(私)는 함께 갈 수 없다. 정(正)과 사(邪)는 함께 갈 수 없다. 더 이상 옳지 않은 길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며 “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다. 총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무엇이 공(公)이고 무엇이 사(私)인가. 또 어느 길이 정(正)이고 어느 길은 사(邪)일까.
추 장관의 논리대로라면 그는 ‘공(公)’과 ‘정(正)’의 편이고, 윤 총장은 ‘사(私)’와 ‘사(邪)’의 편이다.
자신이 임명한 검사장들마저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위법·부당하다고 하는데 본인만이 절대 선(善)인 것처럼 군림하려 든다.
▲제주 출신 수좌 적명 스님은 “독선(獨善)은 남을 존중할 줄 모르는 적은 허물에서부터 크게는 세계대전이라는 인류 생존의 위협을 초래하는 큰 문제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악과 몽매함의 중요 원인”이라고 했다.
또한 “이 세상에 최선, 제일의 선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그 믿음 때문에 독선이 되기 쉽다. 제일의 선은 유일의 선, 절대의 선에 연결이 되어 곧잘 여타의 선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다른 것을 인정치 않으려는 마음, 그것은 아집이며 독선이다”라고 설파했다.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제기된 특임검사는 검찰총장이 추천하되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시 말해 윤 총장 편도 추 장관 편도 아닌 중립적인 인사를 임명할 수 있다.
윤 총장 찍어내기 목적이 아니라면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수사를 위해 특임검사 임명을 못할 바 없다.
그러지 못한다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누구를 위해 발동한 것인가.
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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