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등지는 선생님들
교단 등지는 선생님들
  • 제주일보
  • 승인 202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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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인생은 만남이다.” 독일의 작가 한스 카로사는 이 간결한 말에서 우리 삶의 깊은 의미를 제시한다. 만남은 축복이고 변화의 기회라는 것이다. 남편과 아내, 이웃과 동료, 평생의 동지를 만나기도 한다.

사제 간 인연도 여러 만남 못지않게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스승의 사랑은 철부지 제자의 눈을 뜨게 해 신화와 기적을 일으킨다. 누구에게나 숨어 있는 잠재력을 찾아내 물을 주고 꽃을 피우게 해주는 존재. 그런 복된 만남의 주역 중 한 사람이 바로 스승이다.

자식이 부모보다 나으면 효도이듯 제자가 스승을 능가하면 보은이 된다. 푸른 빛은 남색에서 나왔지만 남색보다 짙다는 순자의 ‘청출어람(靑出於藍)’의 본뜻이다. 스승의 공덕이 그러하길래 나랏님과 어버이와 동일시해 ‘군사부일체’라 했을 터다.

▲정년을 채우지 않고 교단을 일찍 떠나는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명예퇴임 교원들이다. 제주만 해도 올해 128명이 신청했다. 2016년 50명에서 2017년 64명, 2018년 85명, 2019년 94명 등 꾸준히 증가세다. 3년 새 명퇴자가 2배 늘었다.

명퇴 교원이 느는 건 건강 악화, 부모 봉양, 손자 육아 등이 표면적 이유로 꼽힌다. 근래에는 연금 수령 시기가 늦어진다는 사실과 코로나19 영향으로 교육환경이 크게 바뀌어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작용하고 있다 한다.

하지만 그 기저엔 교권 침해 정도가 심각해지면서 자존감 상실이 주요인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그만큼 교원들의 지위가 위축되고, 교직사회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스승이라는 이름이 퇴색되는 씁쓸한 현실을 넘어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교직은 한때 최고의 인기 직종 중 하나였다. 허나 작금의 선생님들은 자긍심보다 상실·무력감을 호소한다. 스승의 날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게 단적인 예다.

스승이란 말 자체가 희귀해진 요즘이다. 덜된 사람에게 스승이 스승으로 보일 리 없다는 게 문제다. 그래도 쇠가 쇠를 단련하듯, 사람은 사람에 의해서만 사람이 된다고 했다. 스승이야말로 사람을 사랍답게 만드는 존재가 아닌가.

세상이 어수선해도 선생님은 제자가 스승에게 쓸 수 있는 가장 부드럽고 따뜻한 존경의 말이다. 그런 면에서 교권 보호는 미래 세대인 학생을 올바르게 지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선생님들의 수업권과 자긍심을 찾아주는 게 그 출발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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