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원대한 철학으로 행동하는
‘혁명가’이며 ‘민주주의’다
바다의 너른 품
바다보다 너른 가슴이 또 있을까. 세상의 모든 눈물조차 흘러들기에 바닷물이 짜디짠 건 괜한 연유가 아니다. 아껴두었던 말을 꺼내놓듯 종종 바위보다 높게 치솟는 포말들이 눈에 띈다. 할 말이 남아 말줄임표로 부려놓고 물러서기를 반복한다. 거대한 숲보다도 너른 품으로 아낌없이 내어주고 보듬는다. 덥석 손을 맞잡듯, 온갖 수확물을 거두도록 배려한다.
황경수 교수의 ‘바다의 여인’과 ‘바다’ 두 곡이 이어진다. 마치 7080을 떠올리는 ‘바다’ 곡의 후렴구 ‘불빛은 아련히 가물거리는데/ 바람아 쳐라 물결아 일어라/ 내 작은 조각배 띄워 볼란다’의 여운이 길다.
‘밀물은 은밀한 부위부터 채워지는 걸까/ 하이파이브는 자주 빗나갔지만/ 너 없이 살아 보겠다며/ 파도가 모래의 등을 자꾸 떠민다’ 김정희 낭송가가 김효선의 ‘밤의 해변에서’를 낭송한다.
아무도 모를 거라고 바다는 슬쩍
검은 개 한 마리 해변에 풀어놓았지
죽기엔 너무 아름다운 검고 검은
일곱 개의 밤에 일곱 가지 사라지는 법을
모래 위에 쓴다,
밀물은 은밀한 부위부터 채워지는 걸까
하이파이브는 자주 빗나갔지만
너 없이 살아 보겠다며
파도가 모래의 등을 자꾸 떠민다
그새 해변엔 무늬만 얼룩말들이 겁 없이 모여들고
모래는 모래를 좋아해 신발 속 귓속 몸속 거기까지 속
속들이 끔찍을 뒤흔들 만큼 깜찍하게 지칠 때까지 잊힐
때까지 쏟아지고도 모자라 검은 개를 끌고 와 버릇처럼
오줌을 누이고 사랑이 이렇게 숨 막히게 지겨울까
잠깐, 잠깐만,
삼켜버린 얼룩말은 어디에 무늬를 뱉어 놓은 걸까
죽은 건 개였어*
검은 모래를 걸을 때마다 어디선가 컹, 컹
얼룩이 묻어 있지
*‘인생의 베일’에서 찰스 월터가 죽으면서 하는 말
-‘밤의 해변에서’ 전문, 김효선
현희순님의 장구 장단으로 ‘잦은 물질소리’가 이어진다. 자진모리장단에 경쾌한 훗소리까지 “이어싸, 저어라 저라, 어여쳐라” 들어가자 앞바다가 들썩인다. 장구의 여운이 북소리보다 더 큰 울림으로 돌아든다.
근처 너럭바위에서 낚시꾼들의 손길 바쁘다. 장비를 잘 갖춘 젊은 여성 낚시꾼의 손길도 바빠진다.
난장 장소 근처의 너럭바위 틈새로 어렵사리 뿌리 내린 식물이 많다. 해풍에 탈색된 걸까,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불그레한 단체복으로 단장한 모양새다. 포말로 당도하는 한 모금도 그리운지 고단함이 묻어난다. 물 만난 고기인양 자연스럽길 고대한다.
바다는 원대한 철학으로 행동하는 혁명가다. 철칙처럼 품어주며 봉사까지, 이보다 더한 민주주의가 있을까. 머지않아 아이들의 물장구 뒤로 웃음꽃 피어날 테다.
※다음 바람난장은 7월 11일(토) 오전 10시,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위치한 ‘먹글이 있는 집’에서 진행됩니다.
사회-정민자
영상-김성수
사진-허영숙
음향-최현철
그림-홍진숙
시낭송-김정희와 시놀이
오카리나-이관홍
성악-황경수
소금-전병규
장구-현희순
글-고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