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릴수록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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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철, 제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논설위원

아내가 제주에 와 있다고 하자, 후배 교수가 부부 동반으로 만나기를 청하였다. 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마주하니, 후배 교수가 “교수님, 그동안 오해했었습니다. 근 1년여 동안, 교수님 주위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어느 날은 교수님이 외간여자와 산을 올랐다더니, 얼마 후에는 이혼을 했다고 했고, 또 어느 때에는 재혼을 했다고도 했어요. 이제 보니 참으로 황당하네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이혼도 하고 재혼도 했던 모양이다.

“궁금하면 묻지, A교수께서는 아직도 날 모르시나?”하며 웃다가, 옆에 앉은 아내를 보니, 웃으며 “내가 당신하고 수목원에 같이 가는 것을 보고, 혼자 있어야 할 당신에게 여자가 생겼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사실 젊었을 때도 수없이 내 주위에서 만들어낸 말인지라 아내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처음에는 아내도 “당신을 믿지만 그런 말도 안들을 수는 없느냐?”고 짜증을 내곤 했으며, 그것 때문에 싸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나에 대한 믿음이 깊어서인지,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이다.

근 30년을 홀로 살고 있는 나에게 이런 올가미를 씌우면 누구라도 믿기 쉬울 것이니, 나를 공략하기 좋은 무기로 보였을 것이고, 내가 빠져들기를 갈망했겠지만, 그럴수록 나는 나의 몸가짐을 바르게 하였고, 틈틈이 운동하고 책만 보며 살아왔다. 이제 돌이켜보니, 그것이 오히려 나를 책에만 빠지게 하였고, 저들은 부정하고 싶겠지만, 나의 학문은 이미 저들과 비교되는 것이 자존심 상할 경지에 이르렀다.

반면 저들은 애초부터 연구하는 일에는 관심도 없고, 잠깐 익힌 한 두 권의 책으로 아무 것도 모르는 학생들을 현혹하며, 끼리끼리 몰려다니면서 남의 가는 털 사이를 후후 불어가면서 흠을 찾으려 했으니, 실력은 실력대로 없게 되고, 없는 실력을 꾸미려니 거짓말만 일삼게 되어, 종국에는 많은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게 되었지만, 아직도 그것을 모르고 악행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어려서는 저들을 보며 분개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때로는 고맙고, 때로는 그들 자식의 미래가 떠올라 불쌍하다.

덕도 능력도 없으면서 뭐가 그리 아쉬워 쥐려하는가? 지금까지 가졌던 것들이 네 것이 아니거늘, 연잎 위의 물방울처럼 움켜쥐려고 해도 쥐어지지 않는데, 무엇을 붙들고 저리도 놓지 못하는가? 늦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때이거늘, 너만 놓으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데, 무엇이 그다지도 중하여 연연하는가? 즐거움은 잠시이고, 고통은 너를 거쳐 너의 자식에게 이르도록 영원하리라.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정말 아는 것이다. 잘못은 잘못한 것이 잘못이 아니고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이 잘못이다. 어찌 사람으로 잘못이 없을 수 있겠는가? 잘못을 변명하고 심지어 현란한 말솜씨로 왜곡시키는 것이 잘못이 아니겠는가?

사람 사는 곳은 다 같은가? 때리려 말고 너나 잘하세요.

협조할 줄 알았는데 협조하지 않으니, 많은 사람들이 떼거리로 몰려들어 손을 보려 하지만 걸려들지 않는다. 결혼 전 처가와 측근까지 살펴보아도 쉽지 않다.

어려서부터 정의로운 부모로부터 정의로운 교육을 받은 심지가 곧은 사람이란다. 근본이 정의로운 이가, 수많은 고통에 노출되어 담금질을 받고 있으니, 그 맷집은 더욱더 단단해지리라.

너무 때리지 말라. 때리면 때릴수록 더욱 단단해져서, 당신들을 잡는 저승사자가 되어 온 세상을 뒤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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