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과 저항에 대한 긴급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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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 '모든 것을 소중히하라'
영국의 사회비평가 존 버거(82)는 "나는 여전히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말하는 지식인이다.

미술비평가, 사진이론가, 다큐멘터리 작가이자 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로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르곤 하는 그가 2007년에 낸 '모든 것을 소중히 하라'(열화당 펴냄)는 21세기에 일어난 분쟁과 전쟁, 독재 행위들을 냉소적이고 직설적인 언어로 고발한 에세이 모음집이다.

한국독자들에게 보내는 저자 서문에서 그는 "최근 한국의 빼어난 감독 김기덕이 만든 영화 한 편을 봤다. 그는 유령에 관해 해박했다. 유령은 우리를 보호하기도 하고 정신을 빼앗아 홀리기도 한다. 좀 덧붙여 말하면, 유령은 권력을 가진 자들을 홀리고, 권력은 없지만 담대한 사람들을 보호한다. 그런 유령들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지구적 전제주의에 저항하는 모든 살아있는 사람들과 연대한다"고 썼다.

9.11테러 직후인 2001년 11월에 쓴 '절망의 일곱 켜'에서는 "오늘날의 가장 시급한 질문은, 테러리스트는 과연 왜 생겨나며 그 극단적 형태인 자살 순교자는 도대체 왜 만들어지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라고 질문을 던지고 다음과 같은 답을 제시했다.

"간단히 말해 테러리스트는 절망 때문에 만들어진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테러는 어떤 초월의 길이자, 스스로의 목숨을 바쳐 절망을 온전히 이해하는 길이라 할 수 있다…제일세계(First World)의 사람들이 그런 절망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이라크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미국 연방정부의 무관심이 빚어낸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 등에 대한 그의 글에는 이미 폭력에 무감각해진 시대를 깨워 이상향을 향해 나아가자고 외치는 지식인의 열정이 배어있다.

"누군가 내게 묻는다. 아직까지 마르크스주의자냐고. 자본주의가 보여준 이른바 이윤의 추구에 의해 오늘날처럼 광범위하고 극심한 파괴가 자행된 적은 지난 역사에서 없었다. 그럴진대, 그 파괴와 재난을 예고하고 분석했던 마르크스에 어찌 주목하지 않을 수 있을까"(2005년 6월에 쓴 '장소에 관한 열가지 보고서' 중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폭격과 침공이 있었던 2006년 여름에 그린 그림 '게르니카 이후-베이루트, 카나, 티르'와 분쟁 사진, 그의 시(詩)도 맛볼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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