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소녀에게 보낸 소년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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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창가에 서서 창밖을 내다보는 소년 '가에땅'은 맞은 편 파란창문 집에 사는 소녀 '로라 보주르'를 사랑하고 있다.

가에땅은 한 번 말도 못붙여본 로라에게 포장지 위에 비뚤빼뚤한 글씨로 사랑 고백을 담은 편지를 써서 부치지만 우체부의 실수로 편지는 땅바닥에 떨어지고….

편지는 도랑을 지나 쓰레기통을 거쳐 지중해의 유람선, 이탈리아의 라스칼라 극장, 콜롬비아의 전쟁터, 아프리카를 돌고 돈다.

언제나처럼 가에땅은 창문을 열고 거리를 바라본다. 가에땅은 이제 할아버지가 됐고 거리를 지나다니던 수많은 아이들도 이제 모두 어른이 됐다.

그렇지만 로라 보주르는 가에땅 창문 맞은편에 그대로 있다. 로라는 이제 하늘을 쳐다볼 때조차 허리를 펴지 못하는 할머니가 됐다.

그런 로라가 거의 똑바로 서서 창가에 서서, 가에땅의 눈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웃었다. 가에땅은 서둘러 신발에 다가가 기쁜 마음을 털어놓는다. 사람도 신발처럼 꼭 맞는 짝을 만나야 한다고. 하지만 꼭 맞는 짝을 만나기란 때로 꽤 오래 걸리는 일이라고.

로라의 앞에는 방금 받은 놀라운 편지가 있다. "정말 정말 사랑해요 바로 맞은 편 창가에서 가에땅이" 귀퉁이에 구멍이 난 포장지 조각에 한 아이가 망설이는 손으로 쓴 편지였다.

프랑스의 유명아동작가 알렝 쎄르가 글을 쓰고 올리비에 딸렉이 그림을 그린 동화 '사랑해요 사랑해요'(창비 펴냄)는 말수를 줄인 간결한 그림책이지만 한편의 영화못지 않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이 표현해낸 예민하고 가슴 떨리는 사랑의 감정, '좋은날'을 보내버린 노년의 곰삭은 사랑, 편지를 따라 가면서 보여주는 인종문제와 전쟁, 이주노동자 문제 등을 어린이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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