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피서는 책 읽기로
한여름 피서는 책 읽기로
  • 제주일보
  • 승인 202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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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두흥, 수필가/논설위원

7월 중순 한여름 더위는 절정에 이른다.

농작물과 잡초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무성히 자란다. 7월 7일은 소서, 16일은 초복이다. 소서는 일 년 중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시절이다. 계절은 변함없이 순환한다.

사람마다 취미는 각양각색. 무더위를 피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독서의 계절은 가을이라 하나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는 출판사들이 마케팅을 위해 관행적으로 만들어 놓은 상투어일 개연성이 있다. 가을은 날씨가 청명하고 휴일이 많아 그럴 수 있을지 모르나 오히려 강이나 바다 또는 들로 나선다.

시원하고 높고 푸른 하늘도 좋지만 아늑한 방에서 책을 읽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 독서의 계절은 연중무휴다. 책을 너무 멀리해 시원한 가을에 책을 읽으라는 말이 나왔을 법도하다. 책을 읽으면 사람의 격(格)을 높인다.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속담이 있다. 미천한 신분으로 주어진 환경이나 열악한 조건을 이겨 냄으로써 불가능에 가까운 업적을 이룬 경우다. 대성(大成)했음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이 속담도 이젠 옛말이 돼 가고 있다. 사법 고시는 법조인이 될 자격을 검정하는 시험이다. 전통의 법조인 선발 시험이 2017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로스쿨·사시 출신 모두 ‘부유층 자녀’다. 2009년 개원했으나 지금 사회의 일각으로부터 돈스쿨, 입시전형 불공정, 현대판 음서제, 실력 저하 같은 오명의 여론 앞에 서 있다.

독서는 정신을 살찌게 한다. 자신의 품격이 높아갈 뿐 아니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독서의 역할이 절대적이라 생각한다.

술을 마시고 집에 가서도 빠짐없이 책을 읽는다는 분이 있다. 그와 가까이서 대화를 나눠 보면 해박한 지식에 놀란다. 대화의 폭이 종횡무진으로 지식의 깊이에 감동한다. 책은 사람이 만드나 책이 사람을 만들어낸다는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책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은 책을 통해 지혜를 얻고 발전하는 게 아닌가.

인생의 낙 중에서 가장 흐뭇하고 창조적인 것이야말로 책을 읽는 시간이다. 양서는 마음을 살찌게 하며 고전은 내 정신을 심화시켜 인격의 세계를 풍성하게 넓혀 간다. 독서는 위대한 인물과의 깊은 만남이다. 동서고금의 뛰어난 사상가나 문학가들과 정신적으로 만나는 것처럼 보람 있는 일이 또 있겠는가. 가장 좋은 책을 읽음은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과 매한가지다. 어른이 돼서 읽는 책은 10대 이전의 독서만큼 강렬한 인상과 깊은 영향을 받지 못할 것이다. 다만 이 시기에 읽는 책이 성격 형성과 정신적 고양에 크게 기여하리라 본다.

봄에 좋은 씨앗을 뿌려야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얻는다. 책 속에는 넓은 우주와 동서고금의 역사가 있고 성현의 말씀과 지혜가 숨어있다. 철학자의 사색, 문인들의 감성과 종교인의 명상으로 넘쳐난다. 우리가 수백 년 전의 위대한 스승과 만나는 것은 오직 책이다. 고인은 나를 못 보고 우리는 고인을 본다. 그래서 책을 통해 선현과 깊은 정신적 만남이 이뤄진다. 좋은 책은 감격의 원천이며 영감의 근원이라고 했다. 책을 읽을 때처럼 즐거운 시간이 없을 것이다.

문학처럼 젊은이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이 또 있을까. 젊은이는 술이 없어도 취한다고 괴테는 말했다. 천명을 알게 되는 50대와 귀가 열리는 이순의 60대에 접어들면서 책으로 관심이 집중된다.

책 속에 길이 있다. 옳게 읽고 바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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