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 신화 ‘금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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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금의 원소기호 Au는 ‘빛나는 새벽’이라는 뜻의 라틴어 ‘aurora’에서 나왔다. 태양처럼 영원히 변하지 않는 속성을 지닌다. 공기 중에서도 물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화학적으로 가장 안정된 물질이다. 그래서 예부터 영원불멸의 상징으로 쓰였다.

금은 1온스(28g·약 8돈)로 80㎞짜리 금실을 뽑을 수 있을 만큼 질기다. 얇게 펴면 9㎡짜리 판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해진다. 어지간해선 변색되거나 녹슬지 않아 4500년 전에 만든 금니를 지금도 사용할 수 있단다.

작금의 최대 수요국은 단연 인도다. 연평균 555t의 대부분을 지참금 형식의 예물로 쓴다. 우리나라에선 금반지를 낀 손으로 아픈 배를 쓰다듬으면 낫고, 금반지를 끼면 신경통을 예방할 수 있다는 속신까지 이어진다.

▲금이 소금처럼 넉넉했더라면 특유의 속성과 아름다움에도 덜 소중할 게 분명하다. 금은 모든 대륙에서 발견됐지만 어디서도 쉽게 구하지 못한다. 예컨대 금생산량이 가장 많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매년 생산되는 500t가량의 금을 추출하기 위해선 700만t이나 되는 흙을 걷어내 분쇄해야 한다.

그래서 귀하다. 유사 이래 지금까지 최대 12만5000t가량이 생산된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기껏해야 웬만한 컨테이너선 한 척에 다 실을 수 있는 양이다.

현재 금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미국(8134t)이고, 다음은 독일(3370t)이다. 중국(1852t)은 최근 금을 집중 매입하며 러시아(2168t)를 바짝 뒤쫓고 있다. 우리나라의 금 보유량은 104.5t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약 10t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표 안전자산인 금값이 연일 고공행진을 하는 모양새다. 6개월 사이에 22%나 올랐다. 금 한돈(3.75g)값이 25만7000원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올해 상반기 동안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된 금은 11.064t이다. 한 돈짜리 금반지로 따지면 6개월 동안 295만개를 사고팔았다. 누적 거래대금은 7103억원으로 지난해 전체(5919억원)보다 많았다. 실로 ‘금 열풍’이라 할 만하다.

금값이 절정에 달하면 서민들 사이에 통용되는 돌반지 구매자도 끊긴다. 그러다 보니 반돈 반지, 반의 반돈 반지까지 등장했다. 사람들에게 늘 매혹적인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고 했던가. 그거 말이 쉽지 보통사람은 아무나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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