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豫算)은 법(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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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국, 제주테크노파크 용암해수센터장/논설위원

예산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1회계연도의 세입·세출에 관한 예정계획서’라 할 수 있다. 좀 더 풀어 말하면, 예산이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1년간 살림을 꾸려가는 데 필요로 하는 모든 경비를 사전에 화폐로 표현한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넓게는 민간기업, 공공단체 및 기타 조직체는 물론이고 개인의 수입·지출에 관한 계획서도 포함하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앞서 정의에서 보듯이 예산의 출발점을 이루는 세입은 국민의 세금과 직결되어 있다. 그러기에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의 승인이 수반되어야 하며, 승인을 얻은 예산은 비로소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법적 효력을 부여받은 예산은 다시 말해 ‘법(法)’인 것이다. 법의 속성 중 가장 대표적인 구속력을 동반하기에 예산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법이 사법부의 판단이라는 절차를 통해 준수를 요구받는 것처럼, 예산도 대의기관의 요구에 구속되는 것이니만큼, 곧 법과 다름없는 효과와 효력을 발휘한다 하겠다.

돌이켜 보면, 특히, 공공의 영역에서 예산은 정당성과 구속력을 갖게 됨에도 불구하고, 예산의 4단계라 할 수 있는 편성, 심의, 집행, 결산의 과정에서 잘못된 운영이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즉, 법을 어기고 있다는 얘기다.

우선, 편성의 과정을 보면, 전년도 예산의 결산과정을 통해 잘못된 집행을 찾아내는 것과 동시에 결산 결과를 바탕으로 오류나 누락이 바로잡힌 편성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실질적으로 국민의 세금이 올바르게 쓰이게끔 짜여야 한다. 편성이 예산의 첫 단계인 만큼 짜임새 있는 첫발을 잘 디뎌야 한다. 편성의 오류나 무계획성은 집행에서도 부당집행, 오류집행을 발생시키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예산의 정치적 기능 측면에서 보면, 정당, 정부, 이익단체 또는 주민, 정치적 주체들의 권리와 이익을 의회의 심의를 통해 조정과 통합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선심성 예산’, ‘정치적 편향예산’을 흔히 발견하게 된다. 결국, 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예산 심의과정을 살펴보면, ‘예산 파동’ 심지어는 ‘예산전쟁’이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심의가 지연되어 집행 기간을 무리하게 만든다든지, 과도한 삭감으로 집행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사례들은 언론을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예산의 집행은 그야말로 적시성과 유효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예산을 잘못 사용하는 것보다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경우가 더욱 비도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소위 미집행 예산, 불용예산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에 대해서는 결산과정에서 드러나게 되나, 반납의 절차를 밟게 되어 예산에 목마른 국민에게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게 된다.

이처럼 예산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빈번함은 예산의 법적 효력을 부정하는 것이며, 나아가 위법을 저지름과 다름없다 할 것이다. 지켜지지 않는 예산은 말 그대로 위법하다. 위법에 대한 제재가 국민을 겨냥하는 것이 아닌 대의기관과 집행기관을 가리키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예산의 뿌리는 국민의 세금이기에 예산의 귀결점 또한 국민이다. 앞서 살펴본 예산의 4단계에서 국민의 입장이 가장 우선하여 고려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하겠다. 국민에 대한 존중이 선행될 때, 예산은 ‘족쇄’가 아닌 ‘효자손’이 되어 기능을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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