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연날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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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여기서부터,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년이 걸린다.’

서정춘 시인의 시 ‘죽편(竹篇)1-여행’이다. 대나무 꽃은 100년에 한 번 핀다고 한다. 이러한 대나무의 속성이 시가 됐다. 기차처럼 마디마디 구분이 된 대나무가 푸른 기차가 됐다.

시인이 아니고 1970년대 꼬마가 대나무하면 생각하는 게 바로 연이다. 방패연을 만들려면 기술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중·고생들은 그동안 쌓은 실력을 발휘해 방패연을 만들지만 초등학생들은 대나무와 신문지 등을 이용해 개구리연(가오리연)을 만드는 데 만족했다.

밥풀이나 풀을 이용해 개구리연의 꼬리를 길게 만들었다.

꼬리가 어느 정도 길어야 연의 균형을 잡아줘 다소 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았다. 연을 날리다 실이 끊어져 바람에 날려 멀리 사라지면 그 연을 찾기 위해 고무신을 신은 채 달려가곤 했다.

밭의 경계인 돌담이나 잡목 숲을 몇 차례 넘어가서야 연을 찾을 수 있었다. 꼬마들이 나란히 선채로 연을 날리며 누구의 연이 더 높이, 더 멀리 날 수 있는가를 경쟁하던 1970년대 시절 얘기다.

▲요즘 꼬마들은 과거처럼 연을 날리는 기회가 적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어도 하루 종일 게임도 할 수 있고, 영화도 볼 수 있으니 굳이 연을 날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밴드, 카카오톡 등을 통해 소통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또한 예전처럼 연을 날릴 수 있는 장소도 시원치 않다. 내가 연을 자주 날렸던 곳은 주거지역이 돼 버렸다. 도시화가 이뤄지다보니 연을 날릴 곳도 마땅치 않은 것이다. 추억도 도시 숲에 갇혀버렸다.

▲아주 오래전 이집트는 강국이었다. 4000~5000년 전에 거대한 피라미드를 만든 나라다. 요즘은 가난하다. 어린 아이들이 우리나라처럼 스마트폰을 쉽게 갖기 어렵다.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나가서 놀기 어려운 모양이다. 그래서 연을 날리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다. 그런데 이마저도 금지됐다는 언론의 보도가 최근에 있었다.

칼리드 아부 탈렌이라는 국회의원이 연에 작은 감시카메라가 장착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발언한 이후 연 날리기 금지령이 내려진 것이다.

이집트 제2의 도시인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최근 경찰이 연 99개를 압수하고 연을 날리던 5명에게는 최대 60달러의 벌금을 물렸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의 먼 훗날 추억과 동심이 압수된 셈이다.

이집트도 참 야박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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