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가 없도록 했던 제주의 식사문화와 청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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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용, 서귀포시 대천동장

친하게 지내는 지인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식사비를 필자가 지불했다. 그러자 지인이 “언제나 동장님이 식사비를 냄수과? 굳이 경해야 되쿠가?”하면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다.

어떤 때는 식사하러 갔는데 지인이 먼저 나가면서 식사비를 지불하고 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때는 필자 본인이 불편하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세대는 먼저 나가면서 친한 사람의 식사비 정도는 내지 않으면 뭔가 미안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남아있다 보니 식사하러 갔을 때 친한 사람과 만나게 되는 상황이 불편하다.

예전에 라디오 방송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였던 분으로부터 제주에 거지가 없는 이유는 밭일을 하다가 점심이든 간식이든 먹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밥 먹엉 갑서”하고 권유를 하는 공동체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애초에 거지가 존재할 수 없는 구조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제주지역사회에서 함께 식사하고 권하는 문화가 오랜 기간에 걸쳐 자리매김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제 시대가 변해 함께 식사하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하고, 기피하는 시대가 됐다.

식사비 n분의 1에 점차 익숙해져야 하겠다. 청렴이 인간관계에 불편함을 초래하고, 공동체문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에 관행과 익숙함에 젖어 인식하지 못하던 불합리가 이제 정상으로 돼 가고 있음을 느껴야 하겠다.

이와 같은 청렴현상이 사회 저변에 하루 속히 안착돼 청렴 1등 제주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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