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녹남봉-녹나무 없어도 아름다운 꽃밭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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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대정읍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에 위치한 녹남봉. 녹나무가 많은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를 수호하는 오름, 녹남봉.

먼 옛날 이 오름에 녹나무(樟木)가 많아 녹남봉(오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녹나무의 한자 표기를 빌어 장목악(樟木岳), 녹남봉이라는 발음을 한자로 표음화해서 농남봉(農南峰)이라고도 불린다.

표고 100m, 비고 50m로 그다지 크지도 높지도 않은 원추형 오름인 녹남동은 대정읍 무릉리를 출발해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에 이르는 제주 올레12코스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무릉에서 신도리 해안까지 올레꾼들의 눈에 별다른 볼거리가 없어서인지 올레꾼들의 발길도 뜸하고, 제주 시내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이 오름 주위에 다른 오름이 없어서인지 녹남봉을 찾는 오르미들의 발길 또한 뜸한 오름이다.

하지만 신도1리 마을과 인접해 있어 마을주민들의 건강을 위한 산책 코스로서는 제격이다.

신도1리와 멀리 떨어진 길(무릉도원로)을 초입으로 해서 녹남봉을 찾았다.

녹남봉 인근에서 두 개의 밭을 지나자 오름 입구인 계단이 탐방객을 맞는다.

정상까지는 10여 분 남짓. 나무 계단이 잘 조성돼 있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계단 주위로는 뽕나무가 지천에 널려 있다. 6월에는 까맣게 익은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하나둘 따먹으면서 오르면 어느덧 정상에 도달한다.

녹나무가 많아 녹남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지금은 녹나무를 찾아보기 힘들다

녹남봉에 조성돼 있는 다알리아 꽃밭 모습.

4·3사건을 전후해 불태워지나 벌채돼 녹남봉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오르막길부터 정상까지 뽕나무가 녹나무를 대신하는 것 같다

곳곳마다 오디의 유혹에 발걸음이 멈춰진다.

정상에는 둘레길이 잘 조성돼 있다. 중간 지점에 벤치는 물론 편히 쉴 수 있는 정자까지 놓여 있어 시원한 숲속 바람을 맞으며 낮잠을 즐기거나 여유롭게 한잔의 차를 마시며 휴식하기에 딱이다.

이 오름의 백미는 정상 굼부리에 조성된 꽃밭.

굼부리는 가마솥처럼 생겨 이를 가메창이라고 부르며 개간해 농지로 활용되고 있는데 언제부터인지 형형색색의 다알리아꽃이 활짝 피어 올라 탐방객들에게 다른 오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반전의 미()를 선사하고 있다.

오름 정상부에 진달래나 철쭉 등 군락이 자연적으로 조성된 곳은 많지만 녹남봉처럼 인공적인 꽃밭이 조성돼 탐방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는 오름이 아마 없을듯 하다.

현재 이 오름 이름의 연유가 된 녹나무는 쉽게 찾아볼 수 없으나 녹나무를 대신해 뽕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식생과 아름다운 꽃밭이 탐방객들을 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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