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 여정, 요양원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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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순 수필가

인간의 생로병사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늙어 가면 육체는 노화하고, 생활능력이나 경제적인 능력도 퇴화된다. 한마디로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세월을 어찌 할 수 없듯 나이 드는 현상 또한 거부할 수 없는 일이다. 생의 마지막 여정은 요양원살이다. 늙으면 요양원으로 보내지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요즘의 요양원 앞 풍경은 적막이다. 문 앞에는 ‘면회금지’라는 딱지가 붙어 있고, 가끔 보호자들이 굳게 닫힌 문 사이로 혹여 부모님의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서성이는 게 고작이다.

오늘은 방역을 하는 날이어서 문이 열려 있다. 약봉투를 간병인에게 전해주는 보호자들.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려는지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환하게 웃고 있는 모녀. 노모는 딸과 헤어지기 싫어서인지 딸의 손을 꼭 붙잡는다. 할머니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까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할아버지 모습도 안타깝다. 할머니를 돌보는 게 힘에 겨워 요양원으로 보낸 할아버지. 죄책감도 있는데다 코로나로 인해 맘 놓고 볼 수도 없으니 속만 태운다. 요양원에 입원한 어르신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겠지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다. 생을 다 바쳐 자식들을 키워놓으니 이제는 늙은 부모를 외면하고 시설에 맡겨버렸다는 서운함이다.

더구나 요즘은 코로나 사태로 면화마저 자유롭지 못 하다. 오랜 기간 생이별을 감수해야 하는 입원자와 가족 모두에게는 고통일 수밖에 없다. 자식들은 자주 요양원을 찾고 싶어도 직접 찾아뵙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자식들 입장에서는 부모님을 오래 만나지 못하면 혹여 식구들의 얼굴마저 잊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요양원에 계신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식들이 날 버린 건 아닐까' 하는 서로 다른 두려움을 안고 산다.

몇 개월 동안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입원자들의 고립감은 고조되고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어간다. 코로나 확산이 잦아들어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날을 고대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달부터 사전 예약을 거쳐 별도의 면회 공간에서 비접촉 방식으로 면회를 할 수 있도록 허용은 하고 있지만 코로나 감염이 늘어나면서 그 또한 불안한 상황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자식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부모를 요양원에 보낸다. 자식에게 떠밀려 요양 시설에 드는 부모의 심정은 다르다. 자식 뒷바라지에 평생을 바쳐오다 늘그막에 자식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심한 배신감이 든다. 그들에게 요양 시설은 현대판 고려장일 수도 있다.

부모님을 요양원으로 보낸 자신들도 머잖아 자기 자식들에게 떠밀려 요양원으로 가야할 신세일지 모른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지만 슬픈 현실이다. 그러고 보면 어떤 이들에게는 요양 시설이 생의 마지만 보금자리일지 모르지만, 보호할 자식들이 멀쩡히 살아있는 이들에겐 생의 마지막 수용시설이나 다르지 않다. 누구나 부모님의 품에 안겨 자라듯 생의 마지막 또한 자식들 품에 안겨 생을 마감할 수는 없을까? 내리사랑은 차고 넘치는데 치사랑은 점점 메말라가는 오늘의 세태가 서글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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