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괴물 ‘네시’가 사는 아름다운 호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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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글렌코 학살’의 아픈 역사…영화 ‘하이랜더’·‘007 스카이폴’ 배경
네스호 있는 포트 오거스터스…여왕 재위 60년 기념물 눈길 끌어
전설의 괴물 네시를 본 것으로 유명해진 호수 네스호. 글렌코와 포트 윌리엄을 거쳐 A82번 도로를 달리다 보면 아름다운 호수 마을 포트 오거스터스에 도착한다. 이 마을에 있는 네스호는 목이 긴 거대한 괴물이 살고 있다는 전설이 있다.
전설의 괴물 네시를 본 것으로 유명해진 호수 네스호. 글렌코와 포트 윌리엄을 거쳐 A82번 도로를 달리다 보면 아름다운 호수 마을 포트 오거스터스에 도착한다. 이 마을에 있는 네스호는 목이 긴 거대한 괴물이 살고 있다는 전설이 있다.

영국 브리튼 섬의 북부 지방에 있는 스코틀랜드는 북부의 험한 고지대 하이랜드(Highland)와 남부의 저지대 로우랜드(Lowland)로 나뉜다.

에든버러와 글래스고처럼 인구가 밀집된 도시들은 대부분 로우랜드에 속한다. 스코틀랜드의 대자연을 얘기할 때는 대개 하이랜드가 거론된다. 영화 하이랜더의 배경도 하이랜드다. 로우랜드가 끝나고 하이랜드가 막 시작되는 글렌코 지역이 영화의 주 무대다.

스코틀랜드 북부에 있는 하이랜드 지역. 거친 절경과 자연의 광활함을 맛 볼수 있다.
스코틀랜드 북부에 있는 하이랜드 지역. 거친 절경과 자연의 광활함을 맛 볼수 있다.

로우랜드가 끝나고 하이랜드가 막 시작되는 글렌코 지역은 특히 2012년 개봉된 영화 ‘007 스카이폴때문에 더 유명해졌다. 제임스 본드가 고향인 글렌코 협곡을 찾아 M과 함께 대자연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현장에서 영화 모습을 흉내 내는 여행자들도 많아졌다.

에든버러에서 하이랜드로 올라가기 위해선 서부나 중부 또는 동부 해안을 통하는, 세 갈래 도로가 있다. 이들 중 서부 쪽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하이랜드 초입에서 만나는 곳이 글렌코다.

북대서양과 이어진 이 호숫가 산악지대는 하이랜드 여행자들이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필수 코스다.

스코틀랜드는 영국연방에 통합되기 전 잉글랜드의 침략에 시달렸다. 지금으로부터 330년 전 글렌코의 맥도널드 씨족이 잉글랜드 군인들에게 대거 학살되는 사건이 있었다. 새로 등극한 잉글랜드 왕 윌리엄 3세에게 불충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남녀노소 40여 명이 새벽에  방 안에서 몰살됐다. 겨우 도망쳐 산속으로 숨어든 이들도 하이랜드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 모두 얼어 죽었다.

글렌코 학살로 불리는 이 사건은, 역사적으로 스코틀랜드인들의 잉글랜드에 대한 적개심을 증폭시킨 계기가 됐다.

에든버러나 글래스고는 차량보다는 도보 여행이 훨씬 편하지만 하이랜드 경우는 좀 다르다. 워낙 광대하기 때문이다. 자가운전이나 당일치기 버스 투어 또는 1~3일짜리 패키지 투어를 이용하면서, 중간중간 있는 명소들에서 한두 시간씩 트레킹 하는 방법이 효율적이다.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의 60% 면적이면서 인구는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황량하고 거친 환경임을 알 수 있지만, 하이랜드 같은 광활한 대지가 거의 오염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남아 있음을 암시한다.

하이랜드의 중심 도로는 에든버러와 인버네스를 잇는 A9번 도로지만,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도로는 A82번이다. 글래스고에서 글랜코, 포트 윌리엄, 포트 오거스터스, 인버네스를 잇는 도로다.

그중에서도 글래스고 북쪽 로몬드 호수에서 글렌코 협곡까지의 100구간은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정평이 나 있다.

글렌코와 포트 윌리엄을 거쳐 A82번 도로를 달리다 보면 아름다운 호수 마을 포트 오거스터스에 도착한다. 지리적으로 하이랜드의 정중앙에 있는 마을이다. 규모 면에선 하이랜드 제일의 도시 인버네스와 비할 바가 아니지만, 하이랜드 여행에선 가장 중요한 거점이다.

에든버러나 글래스고를 출발해 하이랜드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가장 짧은 여정이라도 최소한 이곳, 포트 오거스터스까지는 다녀간다. 스코틀랜드나 글래스고에서 당일치기 여행으로 와도 두세 시간 정도는 머물다 갈 수 있다.

여유 있는 일정이라면 이곳에서 북서쪽으로 A87 도로를 따라 대서양 스카이(Skye) 섬까지 올라가거나, 북동쪽으로 A82 도로를 타고 북해의 인버네스까지 단숨에 도달하는 것을 추천한다.

포트 오거스터스는 또한 북대서양과 북해를 하나의 물길로 연결시키는 칼레도니아 운하의 복판이기도 하다. 운하의 남쪽은 북대서양의 포트 윌리엄까지 이어지고, 북쪽은 네스호를 통해 북해의 인버네스와 연결된다.

A82도로에서 강둑을 따라 400m쯤 들어가면 길고 푸르른 호수가 눈앞에 나타난다. ‘Loch Ness’라는 파란색 큼직한 입간판 하나가 이 평범해 보이는 호수를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

네스호에 살고 있다는 전설의 괴물 네시(Nessie)라는 이름은 과거 한 시절 뉴스에 회자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누군가 바로 이 호수에서 그 괴물을 봤다는 뉴스가 전 세계 매스컴을 탔던 것이다.

호반마을 포트 오거스터스 전경. 운하를 따라 잔디밭이 이어지고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호반마을 포트 오거스터스 전경. 운하를 따라 잔디밭이 이어지고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호수를 나오면 운하를 따라 잔디밭이 이어지고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화창한 하늘과 호반마을의 한낮을 즐기는 여행객들이 여기저기서 즐거움들을 표현한다.

캐널사이드 길가 울타리 한가운데에는 검은색 조형물에 금빛 여왕의 얼굴이 눈길을 끈다. ‘Victoria Jubilee 1837~1897’. 결혼 30, 50, 60주년을 진주, , 다이아몬드로 기념하는 것처럼, 빅토리아 여왕의 재위 60년을 기념하는 다이아몬드 주빌리 조형물이다.

지금의 엘리자베스 여왕도 이미 재위 60주년을 훌쩍 넘겼지만, 이전의 영국 역사에서 다이아몬드 주빌리를 넘긴 왕은 빅토리아 여왕이 유일하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reign but not rule)’ 입헌 군주로서의 모습을 뚜렷이 한 군주였다.

호숫가 뷰 포인트에서 네스호임을 알리던 입간판 글자는 ‘Loch Ness’였다.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관광객들을 위한 안내문이 영어 lake가 아닌, 자신들의 켈트어 loch를 썼다. 이 호수는 영국이기 이전에 켈트족의 땅이라는 민족적 자부심이 읽힌다.

빅토리아 여왕은 스코틀랜드를 특별히 사랑했다고 한다. 통치하는 잉글랜드와 지배당하는 스코틀랜드 사이에, 통합과 갈등의 1000년 역사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의 아픔과 희생들이 이 자그만 호수마을 어딘가에도 오랜 시간과 함께 여기저기 묻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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