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비대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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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시대의 소용돌이 속으로 변화의 물결이 밀려온다. 급류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같이 뽕나무밭이 바다로 변하고 있다. 목전의 일이라 놀랍다.

코로나19로 와 있는 얼굴 없는 사회. 사람이 서로 눈 맞추고 부대끼며 살아야 인간사회인데, ‘비대면 사회’라니 말부터 꺼칠하고 낯설다. 코로나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지형을 확 바꿔놓는다. 사실 그대로 말해, 인간의 삶의 기반을 밑동에서 뒤흔들어 놓고 있다 해야 맞다.

숨이 꺼져 가는 생명 앞에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대책 없이 주억거리고 있는 꼴이라니. 과학이 맥없이 주저앉아 신음하고, 철학은 형이상학이라 원체 질병은 제 소관 밖이라 우긴다. 극한상황에 내몰렸으니 궁리에 궁리를 거듭할 수밖에.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지고 삶의 기본 틀이 흔들린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가 사람의 삶을 바꿔놓고 있다. 사회 전반에 일렁이던 변화의 물결이 질병의 고약한 바람을 타고 급기야 너울 치기 시작했다.

새 학교에 가고 싶은데도 입학을 못해 발 동동 구르던 우리 어린 학생들, 한평생 코로나19를 잊지 못할 것 아닌가. 몇 달을 애타게 기다려 낯선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던 등교 첫 날, 감격의 순간을 잊을 수 있으랴.

얼굴 없는 비대면사회로 가는 첫 주자가 학교다. 말처럼 생소한 원격수업이 의외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교육프로그램을 바꿔 비대면수업 시스템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기존 수업방식이 온라인과 교집합하면서 그 외연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비대면 주문을 선호하는 얼굴 없는 사람들도 늘어 간다. 낯선 사람과 가까이서 마주치는 걸 꺼린다는 것. 카오스크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주문·결제하니 접촉을 피할 수 있어 좋단다. 요즘 청소년들도 퍽 하면 인터넷 쇼핑몰에 쏠린다. 중독된 아이들이 적잖아 보인다.

농산물이 팔리지 않아 농민들이 죽을상이었다. 지역 축제나 먹거리 행사들이 줄줄이 연기 또는 축소됐지 않은가. 궁즉통이라고 해법을 찾았다. 비대면 판매 방식이 나왔다. 틀을 바꾼 것이다. 판로가 어려운 농민들을 위해 도입한 꽤 익숙해진 거래방식, ‘드라이브 스루’. 구매자가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 살 수 있게 됐다. 신선한 농산물을 안심해 구입할 수 있고 농가도 돕고, 양쪽 다 이롭다. 사고팔고 해도 대면,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으니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변화가 시험할 겨를도 없이 바짝 와 있어 놀랍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비대면사회가 재빨리 찾아와 처음으로 경험하는 작금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마음의 거리두기로 이어질까 걱정된다. 혼자가 편리와 안전도 제공하겠지만, 그로 인해 잃는 게 왜 없는가. 사람 사이의 단절, 소통 부재, 견디기 힘든 인간적 만남으로부터의 고립.

로봇 같은 이기들이 인간의 영역을 잽싸게 점령해 버릴는지도 모른다. 힘들고 험하고 반복적인 단순노동만 아니라 전문 분야까지 로봇의 점령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 않은가. 편리는 인간이 설 자리를 뺏는다.

몇 달 전, 읍내에서 연동 아파트로 둥지를 옮겼다. 엘리베이터를 오르내리는 인사치레가 있을 뿐, 이곳엔 시골 같은 이웃 간 정이 없다. 비대면사회로의 진입이 비인간화를 부추길 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코로나19 사슬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과 일상이 빨리 이전으로 회복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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