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평생교육을 주목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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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장/논설위원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어떻게 달라질까? 전문가들은 중세시대에 유럽을 덮친 흑사병이 세계사의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에 쓰나미적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코로나 19도 우리가 예측 못 한 극적인 변화의 순간, 소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TP)로 작용하리라예고한다. 사실 말콤 글래드웰이 자신의 저서 제목으로까지 등장시킨 TP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갑자기 폭발하는 바로 그 지점을 말한다

TP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킨 세계사의 대표사례가 평생교육이다.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에 패배한 뒤 나라를 재건하려면 성인들을 교육시켜야 함을 각성하고 1919년에 시민대학(VHS)을 만들었다. 지난해 100주년이 되기까지 사회의 백년대계를 이끌어 온 이 교육시스템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독일을 견고하게 받쳐주는 인프라가 되었다. 영국도 전쟁 중이던 1944년에 성인교육법을 제정해 직업대학(FEC)의 기반을 구축했으며, 미국 또한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역사회 발전을 겨냥한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켰다. 이상을 바탕으로 김신일 전 교육부총리는 코로나19가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긴 했지만 학습사회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으며, 학습사회를 제대로 건설하게 되면 우리 사회의 문화 수준이 올라가고 경제력이 향상되며 세계적 영향력도 높아질 것을 예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평생교육 예산은 교육부 전체 예산의 1%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가 평생학습을 개인적 활동으로 보고 사적비용으로 귀속시킨 근시안에 기인한다. 교육시장의 넓이를 생애주기로 비교하면 학교교육이 유치원에서 대학을 덮는 데 반해 평생교육은 학령기의 학교 밖 학생들을 포함하여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품는다. 실제로 수명 주기가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2모작 3모작의 직업 활동을 거쳐야만 주어진 인생 수업을 마치게 된다. 올해로 102세를 사는 김형석 교수는 ‘100년을 살아보니 60은 돼야 성숙하고 창의적인 생각이 쏟아져 나오는데, 60대의 삶은 40대에 기초하며, 60~75세에 가장 찬란한 시기를 보낼 수 있음을 토로한다

이 점은 지난주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에서 원희룡 지사가 언급한 지속가능한 전 국민 기본역량론과도 일맥상통한다. 물론 의무교육 기간과 40, 60대의 3번에 걸친 평생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 속에는 평생교육을 소득보장과 결합시켜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민역량을 키우는 제도로 도입해야 한다는 코로나19의 절박한 과제가 담겨 있다. 사실 코로나19 이후 평생교육의 뉴노멀(new normal)은 지식축적이 아니라 지식의 활용과 실천을 통한 문제해결이다. 이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평생교육이 ICT(정보 및 통신기술)에 기반을 둔 직업교육과 연계·융합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위기에 취약한 제주도의 산업구조, 허약한 취업기반, 초고령사회에 임박한 인구구조와 그 이면에 파고든 높은 비문해율 및 낮은 평생교육 참가율 등이 아픔으로 다가온다. 김승섭 교수는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진다고 하였다

제주 사회의 역사 속에 오래토록 스며든 아픔이 평생교육의 기회가 되고, 그 담대한 실현을 통해 제주발전의 토대인 공동체 문화가 되살아나기를 꿈꿔본다. 이를 위해 탐나는 제주도민대학의 설립을 제안한다. 코로나19가 티핑 포인트가 되는 한국 사회의 대전환이 제주특별자치도의 도민사회에서 시작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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