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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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최근 한 종편 트롯경연 프로그램에 가수 신신애가 등장해 중장년층의 눈길을 끌었다.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 야이 야들아, 내 말 좀 들어라.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인생 살면 칠팔십살 화살 같이 속히 간다, 정신 차려라 요지경에 빠진다.’ 1993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끈 대중가요 세상은 요지경은 그의 노래다. 여기에 이판사판 춤까지 가미해 만인의 공감을 샀다.

요지경(瑤池鏡)은 확대경을 장치해 놓고 그 속의 여러 가지 재미있는 그림을 돌리면서 구경하는 장난감으로, 알쏭달쏭하고 묘한 세상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인다. 중국 주나라 때 목왕이 서왕모를 만났다는 선경(仙境)인 곤륜산에 있는 아름다운 연못인 요지(瑤池)와 연관 있다는 기록도 있다.

요즘 대한민국 심장부를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요지경이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재미는 없고 우울감만 조장한다. 충남과 부산에 이어 서울에서 발생한 자치단체장의 권력형 성폭력 의혹은 충격적이다. 정치권은 진상 규명보다는 진영 논리에 매몰된 채 입씨름만 하고 있다. 여성 인권을 위한다는 여성가족부는 존재 이유를 의심받고 있다.

검찰 고위 간부끼리 압수수색영장 집행 과정에서 벌인 육탄전은 한편의 막장드라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한민국 검찰의 민낯이다. 난투극의 주연은 역대급이다. 그 후 전개 과정도 가관이다. 비호처럼 상대에게 몸을 날린 부장검사는 병원으로 달려가 병상에 드러누웠다. 그 모습이 사진에 고스란히 찍혀 만천하에 공개됐다. 사진 설명이 아니었다면 자해 공갈단으로 착각할 뻔했다.

종합부동산세법·부동산거래신고법·지방세법 개정안 등 민생 법안은 여당 단독 플레이로 통과됐다. 여당은 일사불란했으며, 1야당은 속수무책이었다. 21대 국회의 요지경이다. 그 와중에 뉴질랜드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문제를 따지는 민망한 일도 벌어졌다.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은 요지경은 속편이 나와도 더욱 탄탄하게 짜여 흠집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예전보다 여러 방면에서 짜가의 개체 수가 늘었다. 정신 차리기는 각자도생을 위해 더욱더 불가피해졌다. 자칫하면 그들의 요지경에서 허우적거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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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영 2020-08-26 20:23:10
말장난 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