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암시민 살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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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익 칼럼니스트

살암시민 살아진다’.

이 말은 어려움을 참아내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제주도 사투리다. 사람이 한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그만큼 어려움이 있다. 편하기만 한 삶을 사는 사람도 있는가. 각종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생각해 볼 일이다. 어려움도 이겨내면 득이지만 어려움에 매몰되면 그뿐이다.

내게도 신병으로 공직을 퇴직하고 실업자가 되었을 때, 그때마다 실망하는 장손자를 무척 아꼈던 할머니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막말로 죽고 싶었다. 그렇다고 손자가 할머니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예가 아니었다. 어쩌겠는가. 그 병은 우울증이었다. 그래도 지금껏 살암시난 잘살고 있지 않는가.

어떵 호느니, 호꼼만 촘앙 살암시라. 살암시민 살아진다.”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조금만 살고 있어라. 살고 있으면 살 게 된다는 말이었다.

할머니 시대에도 어려운 일은 닥쳤고 할머니가 80여 평생을 궂은일, 좋은 일을 다 겪으면서 얻은 결론이 살고 있으면 살 게 되는 것이었다. 한 평생을 이겨낼 슬기가 아닌가. 나도 호꼼 촘앙 살암시난 수십 년을 이상 없이 살고 있다. 물론 약의 힘을 빌려 어려움 없이 살고 있지만, 살암시민 살아진다는 희망을 갖는다. 조금만 참고 산다는 것은 기대를 갖는 일이다. ‘호꼼만 촘앙으로 살지 못하면 무슨 기대를 가질 것인가. 얘기하기를 쉽게 하는 사람은 참을 것을 참아봐야 마찬가지라는 실망을 안게 된다. 그런가. 참는 사람은 희망을 갖고, 실망하는 사람은 그 앞으로 다가가서 언젠가는 절망을 하게 된다.

제주도 방언에 조냥허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지니는 의미는 매우 다양하다. 대체적인 의미는 물건을 아끼는 일, 저축하는 일, 낭비를 안 하는 일, 검소한 생활 등으로 짚어볼 수 있다. 오늘도 조냥하는 생활이면 기대가 보인다. 조냥하고, 살암시민 살아질 것으로 지금도 허황한 얘기가 아니다. 조냥하고 살다 보면 길이 보이는 것이다.

지금의 어린아이들은 과자, 피자, 치킨 등을 원하면 먹을 수 있지만, 옛날의 할머니 시대엔 감저빽데기’(절간고구마)가 유일한 과자였다. 흉년에는 들판의 무릇을 손질해서 먹었다는 데 맛이 있겠는가. 칼칼하고 맛이 없어서 죽지 못 해 먹는 구황음식이었다.

옛날에는 제주도를 절해고도, 버림받은 섬으로 표현했다. 선인들은 제주도를 지금도 버림받은 섬으로 남겨뒀는가. 지금 제주도는 제2의 삶을 꿈꾸는 섬이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살암시민 살아진다. 누구에게나 생활의 어려움은 여러 모양으로 닥쳐오게 마련이다. 이제는 제주도를 절해고도, 버림받은 섬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없다. 지금은 희망의 섬이 아닌가.

불리한 조건 아래서도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그 지혜가 아니었던들 할머니 시대엔 흉년이 들면 굶어 죽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의 세대들에겐 책을 봐서 알겠지만, 그때 흉년은 치열한 삶의 흔적은 박물관에나 가서야 조금 알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삶은 얼마나 치열할 수 있는가. 나도 제주박물관에도 어떻게 발걸음을 할 기회가 없었다.

요즘 학생들은 박물관에 가면 조금 그때 상황을 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느 시대에나 여러 가지 어려움은 있겠지만 살암시민 살아진다는 생각으로 이겨 낼 일이다. 오늘도 각자의 입장에서 굳건한 삶의 정신으로 살암시민 살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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