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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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얼마 전에 친정어머니가 다리가 저려 걷는 것이 힘들고 또 앉으면 엉덩이가 아파 견디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동네 병원에 가서 주사도 맞고 물리치료를 받았는데 차도가 없다 한다. 예전에는 아프다가도 주사 맞으면 좋았는데 차도가 없으니 낙심이 큰 모양이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병이 낫지 않으면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마음이 더 아프게 하고 있는 것 같다. 다른 병원에 가보자고 말씀드리고 함께 갔을 뿐인데 어머니는 힘이 나고 아픔이 벌써 반으로 줄어든 모양이다. 어머니는 혼자서 병원 다니니까 우린 혼자 가시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어머니표정을 보면서 알았다. 의지해야할 연세가 되었는데 우린 여전히 어머니는 혼자서 잘하고 계신 것으로만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 오신 환자들 대부분은 할머니들이다. 다리를 절룩거리시는 분은 아마 무릎관절이 다 달아서 움직일 때마다 고통스러워 그러는 것이고, 허리가 굽으신 분은 아마도 허리를 구부려 살아온 세월만큼 굽어져 병이 된 것이다. 나무들이 오랜 시간 바람을 맞아서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처럼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들의 몸이 삶을 살아온 흔적으로 비뚤어진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싸해졌다. 모두가 몸으로 삶을 살아왔기에 그 흔적으로 병원을 찾으신 것이다. 얼마나 많이 사용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왔는지에 따라 그 흔적의 크기는 다르나 모두가 삶의 흔적을 안고 있다.

어머니는 허리가 고장이 났다고 한다. 우리 오 남매를 몸으로 키워냈으니 몸에 흔적이 없을 수 없다. 무릎이며 어깨, 이제 허리까지 성한 곳이 없다. 무거운 것을 들어도 안 되고 이제는 몸을 아껴야 한다고 누차 강조를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일을 하던 습관이 몸에 배어 그냥 있지 못한다. 아프면 통증으로 인한 고통도 있지만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으니 이제 산송장처럼 살아야 되나 하는 마음이 더 큰 고통을 주고 있다. 자식들한테 짐이 되지 않으려고 매일 아침 걷고 계신 어머니,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야 되는 상황을 제일 두려워하고 계시다.

그동안 어머니가 아프다고 할 때 괜히 짜증을 냈던 날들도 있었는데 나중에 얼마나 후회하려고 그랬는지 정신이 번쩍 났다. 그 아픔은 몸으로 살아온 어머니 삶의 흔적인 것을, 그 흔적으로 인해 우린 지금 여기에 있는데 어머니 아픔은 어머니가 무리해서 얻은 병으로 책임전가만 하고 있었다. 더 늦기 전에 어머니가 아픈 것은 우리를 이렇게 키워내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아서 얻은 병이라고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게 되었노라고, 같이 아파하지 못해 죄송하고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만이라도 더 늦기 전에 드려야 될 것 같다. 그 아픔을 알아주는 누군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견딜힘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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