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어선 예인에 기름값만 1억원…해상 치안 공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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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고장 어선 예인, 해경 본연 업무 아니지만
어민 안전 우려에 무료로 예인…대책 마련 필요
해경이 어선을 예인하는 모습.
해경이 선박을 예인하는 모습.

·일 어업협정 결렬 이후 갈치잡이 연승어선들이 제주 바다에서 수백나 떨어진 동중국해로 원정 조업을 나서며 기관 고장 등으로 표류하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경이 단순 사고로 운항을 못하는 어선을 예인하면서 해상 치안 공백은 물론 막대한 유류비까지 지출하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서귀포시 남서쪽 492해상에서 기관 고장을 일으킨 어선을 경비함정 2척이 끌고 오는 데만 63시간이 걸렸다.

지난 4월 서귀포시 남서쪽 440해상에서 조업하다 기관 고장이 난 어선을 예인하는 데도 33시간이 소요됐다.

단순 고장 어선에 대한 예인은 민간 영역으로, 해경 본연의 업무가 아니다.

12일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제주해경이 예인한 조난 선박은 모두 342건에 이른다.

201786건에서 201887, 지난해 122건으로 2년 사이 42%나 늘었다. 올 들어서도 지난 10일까지 47건을 기록했다.

선종별로는 어선이 229(67%)로 가장 많았고, 모터보트 71(21%), 고무보트 18(5%), 낚시어선 12(4%), 유조선 4(1%)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사고 유형을 보면 기관이나 추진기 손상, 부유물 감김 등 단순 사고가 총 270건으로 전체 79%를 차지했다.

인명과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좌초(12), 화재(5), 충돌(4), 침수(3), 전복(2) 사고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경비함정으로 원거리 조업 어선을 예인하려면 4~5(왕복 기준)이 걸린다. 예인 기간이 길다 보니 해상 치안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기름값 부담도 만만치 않다. 과거 동중국해에서 조난 어선 1척을 예인하는 데 소요된 기름값만 1억원 가까이 됐다.

해경은 화재나 침몰 등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어선에 대해 예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위험이 없는 선박은 다른 어선이나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민간자율구조선이 예인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제주에는 민간이 보유한 예인선이 없는 데다, 고장 선박 인근 어선 역시 자신들의 조업 때문에 예인할 여력이 없는 실정이다.

일부 어민은 동료 어민들에게 예인을 부탁하면 어선 1척당 1억원의 조업 손실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해 무료로 예인 해주는 해경에 구조를 요청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기관 고장 등 단순 사고라도 풍랑특보가 발효되면 어민들의 안전을 위해 조난 선박을 예인해 주고 있다원거리 어선을 예인할 경우 경비에 공백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단선도 지원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예인을 해주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동중국해와 대만 인근 해역으로 원정 조업을 나서는 도내 갈치잡이 연승어선 149척 가운데 70%(104)는 선령이 15년을 초과한 노후 선박이다.

선주들은 새 배를 구입하려 해도 바람막이 설치 등 구조 변경이 금지돼 대체 어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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