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폭 줄이면서 보행환경 개선 외쳐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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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보행권 확보 및 보행환경 개선에 관한 조례20179월 제주도의회가 중심돼 제정했다. 도민을 위해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도민들은 조례 제정으로 자신들의 보행권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실상은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실천도 하지 못할 조례를 왜 제정했는지 의문이 든다.

본지가 현장 취재한 내용을 보면 시민들의 보행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그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제주시 삼양동 삼화지구의 번화가인 건주로 3길이 대표적이다. 제주시가 최근 도로 양쪽 주차와 일방통행로(190m) 지정을 위해 폭 2.5m의 인도를 1.5m로 확 줄였다. 시민의 보행권이 아닌 운전자의 이동권과 이동환경 개선을 위해 힘썼다고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새로운 택지가 조성된 제주시 노형2지구의 일부 인도 폭은 90에 불과하다. 성인 한 사람이 지나가려면 답답함을 느낄 정도다. 관련 기준에도 크게 못 미친다. 국토교통부령인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인도 폭은 최소 2m 이상이어야 하며, 지형 여건이 불가피해도 1.5m를 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통섬 설치와 좌·우회전 차로를 신설하기 위해 인도 폭을 당초 2.5m에서 절반 가까이 줄인 사례도 허다하다. 말로는 사람이 우선이라고 외치면서 실상은 차량이 우선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보행자에 대한 홀대가 이래도 되나 싶다.

물론 인도 폭 줄이기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차량은 급증하고 도로 부지 확보는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의 보행권을 침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막대한 혈세를 투입한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자가운전이 편리할수록 대중교통 이용은 멀어진다. 앞으로 제주도의회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으면 한다. 조례를 만들었으면, 현장에서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를 챙겨야 할 것이다.

보행자가 거리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선진국의 추세다. 그들의 안전과 보행의 쾌적성이 도시의 품격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제주가 이에 역행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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