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에 취해 비틀거리는 바다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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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외도 알작지上
별빛도 숨죽인 비밀스러운 공간, 쓸쓸함이 그리움이 되는 곳
파도와 돌이 들려주는 소리에 마음 차분해져
제주 사람들에게 몽돌 해안으로 알려진 곳 ‘알작지’ 해안이다. 이끌리듯 들어가 보니 반가운 얼굴 ‘바람난장’ 가족이 기다리고 있었다.
제주 사람들에게 몽돌 해안으로 알려진 곳 ‘알작지’ 해안이다. 이끌리듯 들어가 보니 반가운 얼굴 ‘바람난장’ 가족이 기다리고 있었다.

달빛 일렁이는 알작지에 서서

 

잘 가요. 달빛 부서지는 여름날 밤. 흘러가는 물결 아래 놓아준 그 이름. 온 세상에 물기 하나 없다고 느껴질 때 어느새 눈앞엔 바다가 들어와 있다. 별빛마저 숨죽인 비밀스런 공간. 세상의 온갖 쓸쓸한 것들이 모두 모여 그리움이 되는 곳. 지금 여기엔 나와, 작고 여린 자갈 소리뿐이다.

 

차르르 차르르. 파도와 돌이 들려주는 특유의 소리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제주 사람들에게 몽돌 해안으로 알려진 곳 알작지해안이다. 이끌리듯 들어가 보니 반가운 얼굴 바람난장가족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홍빛 노을이 곱게 내려앉은 알작지. 이 안에선 또 어떤 시간이 오고 갈까.

 

마음 한 자락 쉬어가고 싶을 땐 음악만 한 게 없다. 깊고 나직한 대금 가락이 흐른다. 전병규 국악단 가향 대표의 연주 ‘삼포 가는 길’이 현희순 명창의 반주와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마음 한 자락 쉬어가고 싶을 땐 음악만 한 게 없다. 깊고 나직한 대금 가락이 흐른다. 전병규 국악단 가향 대표의 연주 ‘삼포 가는 길’이 현희순 명창의 반주와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사람마다 자신에게만 통하는 소리의 파동이 있다고 한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자연스레 생체 내의 불균형이 바로 잡히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한결 좋다는 것이다. 마음 한 자락 쉬어가고 싶을 땐 음악만 한 게 없다. 깊고 나직한 대금 가락이 흐른다. 전병규님의 연주 삼포 가는 길(반주 현희순)’이다.

 

 

바닷가 텃밭에 든 밀물녘 파도처럼

한 무리 부추꽃이

하얗게 부서진다

조가비 빈 껍질 같은

스레트집 기울듯이

 

멈칫, 멈칫대던 비행기도 보내놓고

제주시 알작지왓

굴러갔다 굴러오는

새까만 몽돌들 같은

저 하늘의 풋별들

 

어느 날 일자리를 박차고 나온 아들 녀석

이제 또 어느 땅을

굴러가고 굴러갈까

간간이 집어등 몇 채

끌고 가는 수평선

 

고해자 부추꽃전문

 

 

이정아, 이혜정, 장순자님이 고해자 시인의 시 ‘부추꽃’을 낭독한다. 읊조림에 철썩이던 파도도 숨을 죽인다.
이정아, 이혜정, 장순자님이 고해자 시인의 시 ‘부추꽃’을 낭독한다. 읊조림에 철썩이던 파도도 숨을 죽인다.

바람이 파도를 몰고 오고 파도는 자갈을 만나 곱게 부서진다. 밤바다 위로 피어난 하얀 포말은 마치 한 무리 부추꽃을 닮았고, ‘하늘의 풋별처럼 눈부시다. 시인은 취업으로 힘겨워하는 아들을 향한 심정을 알작지 위에 부려놓았다. ‘어느 날 일자리를 박차고 나온 아들 녀석 / 이제 또 어느 땅을 / 굴러가고 굴러갈까’. 구르는 돌처럼 여기저기 부딪쳐 아프겠지만 그 또한 지나가는 일이라는 걸, 그렇게 단단해져 가는 게 삶이라는 걸 어머니는 알고 있다. 이정아, 이혜정, 장순자님의 읊조림에 철썩이던 파도도 숨을 죽인다.

 

둥글게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누구에게나 삶의 한 편은 어둡고 구석지기 마련이다. 다만, 모난 삶도 만나는 인연에 따라 다듬어지고 바뀌어가는 것. 그렇게 푸석했던 삶도 윤기 나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 남기고 버릴 인연의 선택은 그래서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성악가 윤경희님이 무대에 섰다. 삶의 고단함을 달래줄 노래라니 자연스레 귀가 열린다.
성악가 윤경희님이 무대에 섰다. 삶의 고단함을 달래줄 노래라니 자연스레 귀가 열린다.

뾰족하고 모난 삶의 파편들이 내겐 얼마나 남아있을까. 어떤 인연이 오고 가고 남게 될까. 속 깊은 독백으로 마음이 어지러운 찰나, 윤경희님이 무대에 섰다. 삶의 고단함을 달래줄 노래라니 자연스레 귀가 열린다. 그도 그럴 것이 제목마저 마음이 지쳐서’. 노래 한 자락에 지고 온 외로움 한 짐 내려놓는다.

 

시와 노래와 가락. 모두 소리 하나로 알작지의 풍경을 완성했다. 눈에 보이는 익숙함 너머에 무언가를 비밀스럽게 꺼내본 듯. 두고두고 기억될 알작지의 여름. 차르르 차르르. 파도와 조약돌이 빚어내는 이 소리가 오랫동안 귓가에서 찰랑거려주기를. 이 여름이 저물 때까지 이명처럼 남아주기를.

 

 

사회 정민자

그림 고 은

시낭송 김정희와 시놀이 팀 (김정희 이정아 이혜정 장순자)

대금 전병규

반주 현희순

성악 윤경희

노래 김영헌

음향 김 송

사진 허영숙

영상 김성수

글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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