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를 닮은 소년 한구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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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미친개'의 동화작가 박기범이 이번에는 학교 현장으로 시선을 돌려 새 책을 펴냈다.

그의 신작 '낙타굼'(낮은산 펴냄)은 등에 무거운 혹을 달고 묵묵히 사막을 횡단하면서 한없이 슬픈 눈망울을 굴리는 낙타의 모습이 떠오르는 동화다. 어머니와 이혼한 아버지가 돈을 벌러 떠난 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한구름'이라는 남자아이가 슬픈 낙타의 모습과 겹친다.

어느날 구름이의 이름을 물은 교장선생님은 구름이의 기어드는 소리를 못알아듣고 "한, 뭐라고? 한…구움, 한굼이라고 했니?"라고 묻는다.

그 때부터 친구들은 구름이를 '굼'이라고 불렀다가 구름이의 커다랗고 튀어나온 눈, 구부정한 자세, 입을 우물거리는 모습이 낙타를 닮았다며 '낙타굼'이라고 별명을 짓고 놀린다.

구멍가게를 하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자신이 짐이 된다고 생각하고 움츠리기만 하던 구름이는 할아버지가 새로 꾸며준 자기 방에 누웠지만 잠을 이루지 못한다.

"어머니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 내 얼굴을 잊어버리지야 않았겠지? 사람들이 우리 세식구를 보면 어쩌면 그렇게 똑같이 닮았냐고 말하곤 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떨어져 살아가고 있어. 아득하게 펼쳐진 사막 위를 헤어져 홀로 걷는 낙타 식구처럼. 서로 보이지도 않고, 닿지도 않는 길을 걸어, 걷고 또 걸어"
그러던 구름이의 꿈에 낙타가 등장하고, 지혜로운 낙타는 구름이의 귀에 대고 "너는 누군가의 혹이 아니야. 너는 스스로 혹을 짊어지고 걷는 낙타야. 그걸 잊지마"라고 속삭인다.

"언제나 중요한 건 한걸음 한걸음이야. 우리 등에는 혹이 있어 자칫하다가는 기우뚱 중심을 잃기가 쉽다구…걱정은 마. 우리를 지켜주는 것도 그 혹일 테니까"
사회적인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던 전작들과는 달리 시를 음미하듯 천천히 읽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착한 소년 구름이는 조용한 매력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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