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브라운의 신작 '우리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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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한 권씩 신작을 내놓는 스타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62)의 올해 작품 '우리는 친구'(웅진주니어펴냄)가 번역돼 나왔다.

책장을 꽉 채우도록 커다랗게 세밀화 방식으로 고릴라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고릴라의 얼굴과 갈색 눈동자에 깃든 기쁨과 고독, 슬픔, 분노의 감정을 절묘하게 잡아냈다.

옛날 어느 동물원에 특별한 고릴라가 살았다. 손짓 말을 할 수 있었던 고릴라는 동물원에서는 제일 대접받는 동물이었다. 하지만, 고릴라는 슬펐다. 친구가 없었기 때문에.

동물원 직원들은 고심 끝에 새끼 고양이 '예쁜이'를 데려다준다. 고릴라는 예쁜이를 손바닥 위에, 머리 위에 올려놓고 우유도 먹이고 같이 낮잠도 자면서 둘도 없는 단짝이 된다.

그러던 어느날 예쁜이와 영화를 같이보던 고릴라는 점점 기분 나빠하더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텔레비전 화면을 박살낸다. 놀라서 달려온 동물원 사람들은 포악해진 고릴라 때문에 예쁜이가 다칠까봐 예쁜이를 데려가려 한다.

그때 고양이는 고릴라에게 손짓말을 하더니 "내가 그랬어요! 텔레비전을 부순 건 바로 나예요!"하고 소리친다. 모두 웃음을 터뜨리면서 긴장은 해소된다. 그 뒤로는 "예쁜이와 고릴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최고 히트작 '돼지책'을 비롯해 '고릴라','킹콩' 등 동물 그림책을 많이 내놓았던 앤서니 브라운의 이번 책은 그간 나온 그림책보다 한결 포근한 분위기다.

그러나 눈 밝은 독자라면 단순히 고릴라와 예쁜이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로만 읽지는 않을 것이다.

책장마다 꼼꼼히 뜯어보면 눈치챌 수 있도록 숨은 그림과 날카로운 메시지를 집어넣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어른들을 긴장시키는 앤서니 브라운의 단골 수법이 이번에도 들어있다.

고릴라가 사는 동물원은 꽃무늬 벽지가 발린 우아한 공간이지만 사방이 꽉 막힌 실내 공간이고, 고릴라는 푹신한 소파에 몸을 파묻고 한 손에는 머그컵을, 한 손에는 햄버거를 쥔 채 텔레비전을 보는 '카우치 포테이토'다.

갇혀 사는 고릴라가 벽에 건 그림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픈 인간의 욕망을 표현한 피터 브뢰겔의 16세기 작품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이고, 고릴라가 텔레비전을 부수는 순간 화면 속에는 영화 '킹콩'이 방영되고 있었다.(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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