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평하기 전에 자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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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前 탐라교육원장·수필가

홍자성은 채근담에서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했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너그럽게 하고, 자기 자신을 지키기는 가을 서리처럼 엄하게 하라는 말이다. 동네 길가 집 울타리에 비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족히 수십 년은 돼 보이는 고목이다. 나무는 해마다 탐스러운 열매를 맺어,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주인이 담을 허물고 그곳에 주차장을 만들었다. 바닥은 콘크리트로 포장했다. 나무가 졸지에 길가에 나앉는 신세가 되었고, 뿌리는 콘크리트로 덮여 버렸다. 급기야 시름시름 앓더니 얼마 못 가 말라 죽고 말았다. 지날 때마다 삭정이같이 바싹 말라 서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가슴이 아리다.

해마다 비파나무는 온 정성을 다해 주인에게 달콤한 열매를 선사했을 것이다. 그런데 주인은 그에 대한 보답은커녕 오직 열매만 탐냈을 뿐, 배려하는 마음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삭막해 가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입맛이 씁쓸하다.

요즘 코로나19로 어렵고 힘든데, 설상가상으로 폭우와 장맛비로 많은 재산과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국민들은 하늘을 우러러 망연자실이다. 논밭이 물바다가 되고, 집도 물에 잠겼다. 성한 곳이 없다. 축사에도 물이 넘쳐 가축이 떼죽음을 당했다. 살아남은 소가 80를 떠내려가다 구출되는가 하면, 지붕 위에서 이틀간이나 굶었던 어미 소가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수해복구 속 어미 개의 모성애로 7일간 흙더미에 묻혀 있던 새끼 강아지 4마리가 극적으로 구조되는 일도 벌어져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런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청와대와 정치권에서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총선이 끝난 지 4개월이 지났다. 국회가 정상화되고 국민들은 더욱 잘살게 되리라는 부푼 기대에 차 있었다. 그런데 민의의 전당이란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었다. 국회의원 176석과 18석의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여당은 힘을 앞세워 며칠 사이 각종 법안을 뚝딱 처리해 버렸다. 소통은 온데간데없다. 이해찬 대표는 속도가 중요하다며 제도 개혁의 적기라 목소리를 높였다.

운동경기도 실력이 대등해야 관객들에 호응을 받는다. 어느 한쪽이 실력 차가 나면 관객들의 관심도 떨어질 뿐 아니라, 그들의 실력도 가늠할 수가 없고 발전도 없다. 상호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국가보훈처장은 얼마 전 이 전 대통령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낭독하며, 이승만 대통령을 박사로 호칭해 폄훼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과거에 박사님이란 호칭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정사무관이 써 준 것을 그대로 읽었다고 해명했다. 국가보훈처의 수장으로 변명치고 어처구니가 없다.

나라를 지킨 영웅들에는 공과가 있게 마련이다. 과가 있지만 공이 크다면 그 공을 칭찬해 주는 것이 대세론이 아닐까.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고 했다. 나를 버릴 때 우리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버려야 얻을 수 있고, 내려놓아야 들어 올릴 수 있으며,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것이 진리다. 남을 평하려면 고도의 도덕성과 품위, 능력과 자질을 갖춰야 한다. 상대방을 평가하기 전에 자신부터 되돌아보는 일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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