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속적인 듯, 이국적인 듯…묘한 매력이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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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문화 영향 가장 많이 받아
동남아 무역항, 유적 잘 보존돼
호이안 여행 핵심 올드타운 구시가
옛 상점 풍흥고가·랜드마크 내원교
관운장 사당·세계문화유산 뗀끼고가
광조회관·복건회관 등 관광명소
응우옌호앙 거리 전체 야시장 변신
호이안 올드타운과 호이안 섬을 가르는 투본강 정경.
호이안 올드타운과 호이안 섬을 가르는 투본강 정경.

다낭 여행을 계획할 때는 대개 인근 도시 후에와 호이안까지도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다. 현대풍의 다낭과 달리 두 도시는 복고적 옛 정취가 많이 남아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후에와 호이안은 역사 문화적으로 특히 상반되고 대조적인 도시이다.

후에는 베트남 수도가 1945년 하노이로 바뀌기 전까지 봉건 왕조의 왕도(王都)였다. 그런 만큼 후에는 베트남 전통 문화와 가장 연관이 깊은 도시다. 반면에 호이안은 외래문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도시다. 16세기 이래 아시아와 유럽의 상선들이 수시로 기항하면서 무역도시로 번성했기 때문이다. 호이안은 동남아 무역항으로서의 수백 년 유적들이 거의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된 지역으로 정평이 나있다.

여행자들에게 있어 호이안의 매력은 토착문화와 외래문물이 결합한 독특한 분위기일 것이다. 토속적이고 이국적인 면이 묘하게 섞여 있는 것이다. 호이안 전체는 직경 8의 둥근 원 정도의 넓이라서 여행지 또한 다양하다. 호이안 여행의 핵심이자 영순위는 올드타운 구시가이다

베트남은 사시사철 덥다. 뜨거운 한낮은 피해서 늦은 오후에 걷기 시작해 두어 시간 정도 구시가 명소들을 둘러보고, 이어서 안호이 섬으로 넘어가 한두 시간 야시장을 거닐며 즐기는 정도라면 호이안 첫 여행으로는 가장 효과적이다. 호이안 구시가는 보행자 전용 도로가 많기 때문에 도심 외곽에서 버스나 택시를 내려야 한다. 혹시나 방문 예정지들을 미리 계획하고 왔다면 매표소에서 효율적인 패키지 입장권을 사는 게 좋고, 그게 아니라면 그냥 구도심으로 들어가면 된다

오래된 전통 가옥인 고가(古家)들을 방문하는 것이 호이안에선 중요한 여행 포인트다.

가장 먼저 만나는 풍흥고가는 풍흥이란 중국 상인이 지은 2층 목조기옥이다. 지을 당시인 240년 전에는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수입해온 물품들을 팔고 사는 상점이었다. 베트남 전통양식에 중국과 일본풍이 가미된 건축 양식을 보인다.

풍흥고가와 인접한 내원교는 투본강의 지류인 하천 위에 놓인 다리이다. 돌다리 위에 나무 기둥과 기와지붕을 올린 화려한 외양이 독특하다. 호이안의 상징이자 랜드마크로, 베트남 2만동(VND) 화폐에 등장할 정도다

호이안 강변의 낮 모습. 상인들이 이용하는 배들이 정박돼 있다.
호이안 강변의 낮 모습. 상인들이 이용하는 배들이 정박돼 있다.

16세기 후반에 국제 무역항이던 이 일대는 중국인과 일본인들이 상권을 장악해 살고 있었는데, 당시의 일본인들이 중국인 마을과의 원활한 교역을 위해 이 다리를 건설했다. ‘내원교란 이름은 멀리서 온 사람들을 위한 다리란 뜻을 내포한다. 당시엔 이 다리 앞까지 무역선이 들어왔기에 그들을 염두에 둔 작명이었던 것이다.

호이안에는 중국인 상인들이 거주해 살면서, 같은 고향 사람들끼리 모이던 향우회 건물이 여럿 남아 있다. 지금은 모두 관광 명소로 통한다. 그중 하나가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광조회관 건물이다. 중국 광동 출신의 무역살들이 정착해 살면서 공동으로 건설했다

인근에 있는 복건회관은 중국 복건성 출신 화교 상인들이 힘을 모아 만든 향우회 건물이다. 호이안의 중국인 회관들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건물 문양이나 색감도 화려하다. 두 개의 중국인 회관이 400m 간격을 두고 서있는 이곳은 호이안 구시가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쩐푸거리이다.

두 회관 사이인 이 중심 도로의 중간쯤에는 꽌탕고가라는 또 하나의 옛 가옥이 자리잡고 있다. 꽌탕이라는 중국 복건성 출신의 상인이 살았고 지금은 그 후손이 살고 있는 개인 집이다. 중국과 베트남 분위기가 혼합된 이 고택은 300년 가까운 세월에도 불구하고 내부 인테리어 등 가옥 전반이 옛 그대로 잘 보존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호이안 여행은 뜨거운 한낮을 피해서 늦은 오후에 시작해 밤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수백 개의 홍등이 불을 밝힌 야경과 먹거리, 볼거리에흠뻑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이안 여행은 뜨거운 한낮을 피해서 늦은 오후에 시작해 밤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수백 개의 홍등이 불을 밝힌 야경과 먹거리, 볼거리에흠뻑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국지 인물들 중에서 관운장에 대한 중국인들의 존경과 사랑은 유별나다. 신으로까지 추앙할 정도다. 쩐푸거리와 응우옌후에 거리가 만나는 삼거리에는 관운장을 모시는 사당이 있다. 33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곳으로, 관평과 적토마 등 삼국지 속 인물이나 상황 들을 그림과 조각 등의 형태로 만나볼 수 있다. 정식명칭은 꽌꽁 미에우(關公廟)이고, 한국인 여행객들에겐 관운장 사원 또는 관공묘로 불린다.

관공묘 바로 옆에는 호이안 최고 맛집으로 알려진 미쓰리가 있다. 유명세가 있어서 내용물에 비해선 좀 비싼 편이다. 관공묘에서 쩐푸거리 건너 투본강쪽으로는 호이안 중앙시장이 자리한다.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함께 어울려 북적인다

시장을 나와 응우옌 타이혹 거리로 들어서면 잠시 후 삼거리에서 민속문화 박물관을 만난다. 이 지역 옛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을 보여준다지만 박물관이라 하기엔 좀 빈약한 편이다. 응우옌 타이혹거리에 있는 뗀끼고가도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다. 1985년 호이안 최초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옛 가옥이다.  

뗀끼고가를 나와 투본강변에 이르면 응우옌 타이혹 거리가 끝나는 사거리이다. 호이안 구시가지를 직사각형 루트로 거의 한 바퀴 순회한 셈이 된다

사거리에서 투본강에 놓인 안호이 다리를 건너면 호이안 구시가지를 벗어나 안호이 섬으로 넘어간다. 안호이 다리는 호이안 여행자들은 꼭 한번은 건너보는 다리이다.

다리 주변에서 남쪽으로 섬을 종단하는 응우옌호앙 거리 전체가 저녁이 되면  일거에 야시장 거리로 변신한다. 수백 개의 홍등들이 불 밝히는 휘황찬란한 분위기로 변하는 것이다. 저녁에 한두 시간 거닐며 야경과 먹거리와 볼거리에 취하다 보면 호이안 여행의 마무리가 꽤 만족스러워진다.

<·사진=이영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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