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지사의 광복절 행보,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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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편집부국장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광복절인 지난 15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친일 청산편 가르기논쟁에 불을 붙인 데다 제주 4·3을 상징하는 동백꽃 배지 미착용 행보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시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원 지사는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 내용에 대해 국민 대다수와 제주도민들이 동의할 수 없는 매우 치우친 역사관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김 회장의 기념사는 제주4·3항쟁표현을 써가며 친일 반민족 권력에 맞선 국민의 저항 운동으로 평가했다. 이승만은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해체하고 친일파와 결탁했다서울현충원 명당이라는 곳에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던 자가 묻혀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이에 원 지사는 앞으로 이런 식의 기념사를 또 보낸다면 경축식의 행정 집행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해방정국을 거쳐 김일성 공산군대가 대한민국을 공산화시키려고 왔을 때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킨 군인 중 일본군에 복무했던 분도 있었다()과 과()를 겸허하게 봐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이날 행사장은 고함이 뒤섞이면서 파행으로 얼룩졌다.

원 지사의 발언은 중앙정치권에서 이슈로 떠올랐다. 보수진영으로부터는 우호적인 평가를 받았다. ‘사이다발언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하지만 원 지사의 발언에 대해 과연 국민 대다수와 제주도민이 동의할까. 김 회장의 기념사에 못지않게 논쟁을 불러일으킬 게 뻔한 사안이었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모인 자리에서 적절한 발언이었는지도 궁금하다.

원 지사가 정부·국회에서 다루는 친일 행위자 국립묘지 파묘문제를 언급한 것은 대권을 의식한 정치적 행보로 비춰졌다.

더구나 행사장에서 원희룡 지사와 좌남수 도의회의장, 이석문 교육감은 이례적으로 4·3 배지를 달지 않았다.

제주도청 총무과가 “4·3 배지가 경축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제안했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 때문이다.

급기야 이 교육감은 지난 18부끄러운 과오를 보여드렸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원 지사의 발언 내용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모멸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4·3 배지 배제 사건에 대해 원 지사의 사과를 요구했다. 묵묵부답인 원 지사를 비판하기도 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도 20도지사가 4·3 배지를 착용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도민을 폄훼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자행했다는 데 대해 울분을 금치 못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놓고 보면 여야 등 정파의 논란 속에서도 전국적으로는 보수 대표 대권주자를 꿈꾸는 원 지사의 지명도를 높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야권과 중도층의 민심 잡기까지 성공했는지는 의문이 든다.

제주에서만 놓고 보면 득()보다는 실()이 많은 행보로 여겨진다.

오십 좀 넘은 인생 중 가장 치열한 2년을 살아야겠다는 원 지사.

도지사명함을 갖고 있을 때까지는 주인인 도민의 심기가 불편하지 않도록 공감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도지사로서 4·3 희생자 배·보상을 소속된 야당의 당론으로 채택하려는 의지, 2공항 결정권 등 도정 현안 해결이 우선이다. 그러면서 도민은 물론 국민을 사로잡는 민생 이슈로 공부 수석을 넘어 천재도 정치를 잘한다는 리더십을 보여줄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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