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타는 시간에 몸을 맡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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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외도 알작지下
여름의 진객 한치에다 은빛 물방울 튕기며 오르는 은어까지
바다에 줄지어 서 있는 집어등 보며 바다의 풍년을 점치기도

(8)외도 알작지

 

내 고향의 삶을, 풍경을 자기만의 언어로 그려야 하는 일. 그 치열한 고뇌의 시간을 아는지 모르는지, 풍경은 자꾸만 화가를 불러낸다. 그림으로 만난 알작지의 저녁은 화가란 존재를 다시 보게 한다. 고은 作, 알작지에서
내 고향의 삶을, 풍경을 자기만의 언어로 그려야 하는 일. 그 치열한 고뇌의 시간을 아는지 모르는지, 풍경은 자꾸만 화가를 불러낸다. 그림으로 만난 알작지의 저녁은 화가란 존재를 다시 보게 한다. 고은 作, 알작지에서

붉게 타는 시간에 기대어

 

무슨 생각에 골몰했기에 화가는 붉은 빛만 한껏 풀어놓았을까. 하늘도 바다도, 태양이 내린 빛에 푹 잠겨버렸다. 노을이 익어가다 못해 삼켜버린 화폭. 하늘과 바다는 한 몸이 되어 모든 것을 물들일 기세다. 피처럼 선연하지만 왠지 모르게 차분하고 신비로운 그림. 그 날 알작지 안에서 화가의 가슴 속에 들어온 건 무엇이었을까.

 

화폭은 단순하다. 자연의 실루엣은 오직 검은 선 하나로 표현됐다. 멀리 홀로 서 있는 등대와 집어등은 불빛으로 존재를 드러낼 뿐 두드러지지 않는다. 붉은 색체만 부각시킨 화폭은 이야기를 줄이고 이미지만 강렬하게 심어 놨다. 화가란 이렇게 자기주장이 확실한 예술가다.

 

내 고향의 삶을, 풍경을 자기만의 언어로 그려야 하는 일. 남과는 다른 독창적인 작품을 세상에 내놔야 하는 화가라는 직업. 그 치열한 고뇌의 시간을 아는지 모르는지, 풍경은 자꾸만 화가를 불러내고, 우리는 그의 품안에 깃을 펴고 즐기기에 바쁘다. 그림으로 만난 알작지의 저녁은 화가란 존재를 다시 보게 한다.

 

화가가 붓으로 자연의 황홀함을 노래한다면, 시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몫은 그녀에게 달려있지 않을까. 출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는 김정희 시낭송가의 눈빛이 반짝인다.
화가가 붓으로 자연의 황홀함을 노래한다면, 시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몫은 그녀에게 달려있지 않을까. 출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는 김정희 시낭송가의 눈빛이 반짝인다.

화가가 붓으로 자연의 황홀함을 노래한다면, 시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몫은 그녀에게 달려있지 않을까. 출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는 시낭송가 김정희님의 눈빛이 반짝인다. 오늘은 또 어떤 호흡과 목소리로 시의 맛을 버물려낼까. 어떤 체온과 감성으로 시의 내면을 녹여낼까.

 

도근내 여름에는

새끼 은어떼의 나들이가 한창이다.

개까지 미그럼타며 내려갔다가

밀물 때면

물 막은 높은 둑을 옅게 넘치는

물살을 용케 거슬러

은빛 물방울 튕기며 한사코

기어오르고 기어오르는 요 앙징스러움.

더러는

모기낚시에 속아

낚시꾼의 군침 속으로 사르르 녹고

투망군의 간계에도 속아주며

지금도 물 막은 높은 둑을 치솟다가

개구쟁이 하동들에게 들키어

고사리손에서 하르르 떨고 있다.

 

- 정인수 도근내초() - 은어전문

 

저물어가는 빛에 뒤척이는 바다. 한낮의 소란스러움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바다는 뜨겁다. 이 계절이면 어김없이 제주 바다를 찾는 진객, 한치 덕분이다. ‘은빛 물방울 튕기며’ ‘기어오르고 기어오르는은어의 손맛에 견주고도 남을 녀석. 제철 맞아 통통하게 살 오른 한치는 그야말로 더위도 주춤하게 만드는 특별한 맛이다.

 

어느새 수평선은 별처럼 총총 떠 있는 불빛들로 가득하다. 줄지어 서 있는 집어등을 보며 제주 사람들은 바다의 풍년을 점치기도 한다. 불야성이 길고 오랠수록 손이 바빠지고 풍어가가 울려 퍼진다는 것이다. 마치 집어등이 쏘아올린 빛을 하나의 신호처럼 여기는 것이다. 바다 사정이 예년만 못하다지만, 모쪼록 이 더위가 다 할 때까지는 제주 앞바다가 밝고 환했으면 한다.

 

가수 김영헌과 성악가 윤경희가 학창시절 한번쯤은 여름 해변에서 불렀을 노래 ‘연가’가 부른다. 알작지의 추억이 새롭게 쌓여간다.
가수 김영헌과 성악가 윤경희가 학창시절 한번쯤은 여름 해변에서 불렀을 노래 ‘연가’가 부른다. 알작지의 추억이 새롭게 쌓여간다.

시낭송이 끌어 올린 여름 바다의 낭만이 절정으로 향해 갈 즈음. 가던 걸음들도 잠시 멈추고 바람난장의 무대를 함께 즐긴다. 자연스레 눈인사가 오가고 누구랄 것 없이 화음을 넣기에 바쁘다. 그도 그럴 것이 학창시절 한번쯤은 여름 해변에서 불렀을 노래 연가가 흐르고 있다. 가수 김영헌님과 성악가 윤경희님이다.

 

익숙하고 친숙했던 것이 돌연 낯설고 신기할 때가 있다. 매일 보는 풍경도 빛과 바람에 따라 어제와 오늘이 다르듯. 바람난장이 만난 알작지의 시간도 전혀 다른 풍경으로 다가왔다.
익숙하고 친숙했던 것이 돌연 낯설고 신기할 때가 있다. 매일 보는 풍경도 빛과 바람에 따라 어제와 오늘이 다르듯. 바람난장이 만난 알작지의 시간도 전혀 다른 풍경으로 다가왔다.

익숙하고 친숙했던 것이 돌연 낯설고 신기할 때가 있다. 매일 보는 풍경도 빛과 바람에 따라 어제와 오늘이 다르듯. 우리가 만난 알작지의 시간도 전혀 다른 풍경으로 다가왔다. 한 편의 시와, 노래와, 붉게 타오르는 저 그림 한 점으로 평범했던 풍경이 다시 살아났다.

 

마치 멀리 떠나온 낯선 곳에서 아련한 편지 한 장을 건네받은 것처럼.

알작지의 추억이 새롭게 쌓여간다.

 

사회-정민자

그림-고 은

시낭송-김정희와 시놀이팀(김정희 이정아 이혜정 장순자)

대금-전병규

반주-현희순

성악-윤경희

노래-김영헌

음향-김 송

사진-허영숙

영상-김성수

-김은정

 

다음 바람난장은 822일 오전 10시 아부오름에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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