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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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칼럼니스트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I knew if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다. 재밌게 번역해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명구이기도 하다. 조지 버나드 쇼는 192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일랜드 극작가 겸 소설가이자 비평가다. 우물쭈물 살았을 것 같지 않은데도 삶의 종국에는 이런 후회나 미련이 남은 것이다. 범부인 우리네 인생이야 말해 무엇 하랴 싶다.

우리의 일상에서 제 생각이나 의지대로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훼방하는 뭔가가 가로놓인다. 경제적인 문제나 사회·문화적인 관습, 일이나 가족의 반대이거나 남의 시선이나 새로운 변화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들이다.

농촌에서 낳고 자라 젊은 시절 대부분을 그곳에서 보낸 친구가 있다. 자식을 핑계로 농촌의 삶을 정리하고 도시로 나와 산다. 늘그막에는 다시 농촌으로 돌아가 여생을 자연과 벗하며 살겠다고 입버릇처럼 되뇌었다. 그런데도 여태 도시의 회색지대를 서성인다. 바람과 현실이 엇갈리다 보니 일이나 인간관계로도 채워지지 않을 공허함이 생겨난다고 하소연이다.

우리는 젊은 시절 대학 진학이나 취직의 기로에서 우물쭈물하다가 기회를 놓쳤던 일이나 마음속으로는 좋아하면서도 좋아한다는 마음을 상대에게 선뜻 표현하지 못해서 인간관계의 호기를 놓쳤던 경험들이 있다. 먼 훗날 되돌아보면 후회가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가고 싶은 곳을 가는 것조차도 이것저것 따지다 그 기회를 놓친 게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우리네 삶의 이런 아쉬운 기억들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후회나 미련의 응어리로 남는다.

이처럼 우리는 그 무엇 때문에 놓쳤거나 미뤘던 일들을 마음속에 품고 산다. 부나 명예, 자식이나 남의 시선 때문에 놓쳤던 일상의 자잘한 행복들이 나이가 들면 마음속에서 대어(大魚)로 자라난다. 조지 버나드 쇼도 아마 이런 일상의 잔챙이 행복들을 놓치며 산데 대한 후회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고 보면 우리의 인생에서 남과의 비교 우위에서 얻는 큰 행복보다는 소소한 일상의 자잘한 행복을 놓치며 산 게 더 큰 후회로 남는다. 어느 심리학자도 행복은 그 강도보다 빈도다. 한 번의 강렬한 행복보다는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다. 미래의 대단한 그 무엇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생략하는 삶은 후회만 남긴다.’고 했다.

후회나 미련 없이 사는 건 어렵다. 그렇지만 오늘을 위해 마음 가는 대로 살아가려 노력한다면 그 후회나 미련을 줄일 수는 있다. 흔히 말하는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요샛말로 소확행의 삶의 실천이다. 거창한 것이 아닌, 작은 일상의 주관적인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삶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복 소품들을 모으는 게 아니라 행복의 가장 중요한 본질인 자신의 주관적 경험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코로나 확산이 심상찮다. 철저한 거리두기나 각자도생 같은 힘든 삶을 버텨야 할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나와 내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도 늘어만 갈 터다. 가정의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낚는 다양한 삶의 기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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