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역화폐 연착륙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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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주 NH농협은행 공공금융단장

어린 시절 어머니 심부름으로 천 원짜리 지폐를 들고 동네 점방에 가서 두부 한 모, 파 한 단을 사곤 했던 기억이 있다. 동네 상점 주인은 나에게 물건을 팔아 생긴 수익금으로 자녀를 키우고, 가족의 생계를 이어나갔을 것이다.

시대가 많이 변해 이제는 반찬거리를 사러 전통시장이나 동네 상점을 찾지 않고 대형마트에 가서 장을 보거나, 급할 때는 가까운 편의점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산다. 이때 제주도민이 소비한 금전은 해당 기업 본사 수익으로 흘러 들어가 버리는 이른바 지역자본의 역외 유출이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지역화폐를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경제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을 도민들이 가져갈 수 있는 시장 체계를 만들어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려는 것이다. 자본의 역외 유출을 막아 제주경제의 발전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지역화폐의 도입은 많은 기대가 된다.

최근 일각에서 지역화폐 자금관리 금융사를 지역 금융권으로 한정하면 예치된 자금이 지역경제에 재투자될 수 있지만 대형 시중은행이 맡게 되면 도외로 자금이 이전돼 자본의 역외유출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물음에 대한 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자금관리 은행을 시중은행에 맡겨야 하는지, 지역 금융권에서 맡아야 할지가 아니라 지역화폐 도입을 통해 제주지역 내에 자금을 유입시킬 수 있는지, 아니면 역외로 유출시키는 지를 따져보면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제주도민에게서 조달한 자금 규모보다 도민에게 공급하는 자금 규모가 많게 되면 이는 자금의 역내 유입일 것이며, 그 반대는 역외 유출이 되므로 도내에서 조달한 자금과 제주경제에 투입하는 자금운용 규모를 비교하여 자금관리 금융기관을 선정하면 될 일이다.

이 물음보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지역화폐 도입에 따른 지역자본의 역외유출 문제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화폐 자금운용에 따른 수익은 금융기관의 주주에게 배당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는데 그 기업의 주주가 대기업이나 외국인이라면 지역 상권을 잠식하는 대형마트 사례처럼 지역자본이 역외로 유출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자본이나 자금의 역외 유출 문제도 중요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지역화폐를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가이다. 안정적인 지역화폐시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화폐가 많은 사용처에서 편하게 이용되어야 한다. 이에 더해 제주를 방문하는 모든 관광객을 제주 지역화폐의 이용자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주 지역화폐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인프라 조성 능력을 지역화폐 운영기관 선정의 중요한 척도로 삼아야 한다.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 할 사안은 제주도민과 제주를 방문하는 모든 내·외국인들이 어떻게 하면 쉽게 화폐를 공급받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지, 그렇게 조성된 화폐시장을 내실 있게 운영할 기관이 어디인지를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제주 지역 내 화폐 흐름의 한계를 뛰어넘어 지역 외 자본과 자금을 역내로 유입시켜야 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제주 지역화폐가 원활하게 통용되어 안정적인 화폐시장이 조성돼 우리 제주지역 경제가 무한히 발전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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