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까지 붉은 피뿌리꽃의 아픔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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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아부오름난장(上)
붉고 긴 목을 꼿꼿이 세운 무리…아부오름의 생채기인가
이곳 어딘가에서 마른 꽃으로 산화한 수많음 목숨들이여
아부오름을 떠올리면 피뿌리꽃이 따라온다. 화사한 꽃다발이 단아한 빛깔로 합창하던 시선, 분위기를 압도한다.
아부오름을 떠올리면 피뿌리꽃이 따라온다. 화사한 꽃다발이 단아한 빛깔로 합창하던 시선, 분위기를 압도한다.

 

떠나는 피뿌리꽃

 

아부오름을 떠올리면 피뿌리꽃이 따라온다. 화사한 꽃다발이 단아한 빛깔로 합창하던 시선, 분위기를 압도한다. 귀한 족속처럼 오름 위를 도배할 듯 수놓던 꽃자리다. 어여쁨이 화가 된 듯, 쉬이 꼬리 잘린 퇴장이 아직도 아이러니다.

붉고 긴 목을 꼿꼿이 세운 무리, 그 곁을 지나려면 발부리조차 조심스럽다. 잔뜩 긴장한 새빨간 목을 곧추세우다 긴 목조차 더 길어졌는지 모른다. 세간의 집중된 시선이 꽤나 부담스럽던지 수많은 전략회의도 갖고, 똘똘 뭉쳐 눈빛 더욱 부라리고 한 목소리로 위기 모면하려 궐기대회마저 가졌을 테다.

뿌리가 꽃의 모가지보다 더 붉디붉다고 했던가, 제 운명을 예견이라도 했을까. 이름조차 뼈아픈 피뿌리꽃의 크고 작은 수난사, 이미 오래전 송당리 아부오름의 조바심 속 시절이다.

영산회상 세 번째 곡 ‘세령산’과, 서편제의 ‘소릿길’이 현희순 명창의 반주에 전병규 국악단 가향 대표의 소금 연주로 펼쳐진다. 지난날 아부오름의 아픔을 위무하듯 살포시 젖어든다.
영산회상 세 번째 곡 ‘세령산’과, 서편제의 ‘소릿길’이 현희순 명창의 반주에 전병규 국악단 가향 대표의 소금 연주로 펼쳐진다. 지난날 아부오름의 아픔을 위무하듯 살포시 젖어든다.

영산회상 세 번째 곡 세령산, 서편제의 소릿길을 현희순님의 반주에 전병규님의 소금 연주로 감상한다. 지난날 아부오름의 아픔을 위무하듯 살포시 젖어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 ‘파란 마음 하얀 마음’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성악가 윤경희님이다. 어떤 아픔도 어루만질 듯 합창으로 동심을 이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 ‘파란 마음 하얀 마음’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성악가 윤경희님이다. 어떤 아픔도 어루만질 듯 합창으로 동심을 이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 ‘파란 마음 하얀 마음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성악가 윤경희님이다. 어떤 아픔도 어루만질 듯 합창으로 동심을 이끈다.

나만큼 나를 만지지 못하는 것도 없어서/ 한쪽 어깨가 무너지고 나면 다른 한쪽은.” 김효선 시인의 굼부리*의 날들전문을 김정희와 시놀이(이정아, 이혜정, 장순자)의 릴레이 낭송이다.

“나만큼 나를 만지지 못하는 것도 없어서/ 한쪽 어깨가 무너지고 나면 다른 한쪽은….” 김효선 시인의 ‘굼부리의 날들’ 전문을 김정희와 시놀이(이정아, 이혜정, 장순자)팀이 릴레이로 낭송한다.
“나만큼 나를 만지지 못하는 것도 없어서/ 한쪽 어깨가 무너지고 나면 다른 한쪽은….” 김효선 시인의 ‘굼부리의 날들’ 전문을 김정희와 시놀이(이정아, 이혜정, 장순자)팀이 릴레이로 낭송한다.

마른꽃들이 지나갔다

 

절망이 내 이름을 부르며 달려올 때

송당리 아부오름으로 차를 몬다 거기,

나만큼 너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

두 개의 심장이 척척한 공기에 둘러싸여

 

삼나무 아래를 지나는 꿈을 꾼다

잎으로만 살던 시절을 내려놓고

다시 네 생일이라고 잔뜩 미역을 불리고

 

수위를 넘긴 바다가 창문을 엿볼 때

젊어서 뼈를 묻은 억새들

가시를 기다리다 지쳐 오름이 되었겠지만

 

나만큼 나를 만지지 못하는 것도 없어서

한쪽 어깨가 무너지고 나면 다른 한쪽은

자꾸 나무가 자라는 기시감

 

영원히 나를 껴안을 수 없는 사람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

 

마른 꽃들이 흔들렸다 신발 뒤축으로

 

*굼부리: 화산 분화구를 뜻하는 제주방언

-김효선, ‘굼부리*의 날들전문

지천이던 붉은 목 위로 부라린 눈빛 사격에도 아랑곳 않던, 가시 돋친 손길에 저들은 얼마나 떨어야했을까. 빼앗긴 목숨, 그 빈자리로 합장한다. 불협화음처럼 기억하고 있을 아부오름이다.
지천이던 붉은 목 위로 부라린 눈빛 사격에도 아랑곳 않던, 가시 돋친 손길에 저들은 얼마나 떨어야했을까. 빼앗긴 목숨, 그 빈자리로 합장한다. 불협화음처럼 기억하고 있을 아부오름이다.

이곳 어딘가에서 마른 꽃으로 산화한 수많은 목숨들이다. 부디 눈으로나 담고 가도 될 일을, 야생 잔디가 있는 곳에서나 겨우 산다는 것도 모른 채. 한때의 피뿌리꽃의 뒷배경이다. 그들의 절규를 보듬진 못 할망정 어찌 지우개로 지워낸 듯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 것일까. 지천이던 붉은 목 위로 부라린 눈빛 사격에도 아랑곳 않던, 가시 돋친 손길에 저들은 얼마나 떨어야했을까. 빼앗긴 목숨, 그 빈자리로 합장한다. 불협화음처럼 기억하고 있을 아부오름이다.

 

사회-정민자

사진-허영숙

영상-김성수

음향-최현철

그림-유창훈

시낭송-김정희와 시놀이

음악-전병규, 현희순, 윤경희, 서란영

-고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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