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엉덩이와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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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위원

백수의 제왕 사자도 먹잇감을 사냥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인다. 초식동물들은 태생적으로 눈치가 빠르고 목숨을 걸고 빨리 도망가기 때문에 사자도 쉽게 사냥하지 못한다. 사자 암컷 1마리의 사냥 성공률은 10% 이하이고, 2마리 이상의 사냥 성공률은 20% 이하라고 한다. 더구나 아프리카 물소의 경우 사자와 정면 대결하면 오히려 사자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사자가 물소의 뿔에 치여 큰 부상을 입으면 동료로부터 따돌림을 받는다.

냉정한 동물의 세계다. 부상 입은 사자가 혼자 사냥해 먹잇감을 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쓸쓸하게 죽는다. 사체는 하이에나의 몫이다.

그래서 사자들은 먹잇감의 뒤를 노린다. 1초라도 먹잇감에 가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초에 사자와 먹잇감의 생사가 달려 있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뒤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지만 이 말은 아프리카의 초식동물들에게 적용돼야 할 말이다. 사자가 먹잇감의 뒤에서 공격해 목을 물면 사냥은 끝난 셈이다.

사자가 먹잇감의 뒤를 공격하는 것은 성공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먹잇감의 엉덩이에 눈을 그려 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학 진화·생태학 부교수 트레이시 로저스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이 아프리카 보츠와나 북서부 오카방고 삼각주지역에서 최근 4년에 걸쳐 진행한 연구 결과가 놀랍다. 연구팀은 사자에 의해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소의 양쪽 엉덩이에 눈 그림을 그려놓고 공격 예방 효과가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4년 동안 눈 그림을 가진 소 683마리는 사자 공격으로 죽은 개체가 없는 반면 아무 그림도 없는 소의 경우 835마리 중 15마리가 희생됐다. 또한 십자 표시를 한 소 543마리 중 4마리가 사자로부터 공격을 당해 죽었다. 결국 사자는 사냥을 하려다 들키면 사냥을 포기한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또 아무런 표시가 없는 것보다 십자 표시라도 하는 게 공격을 덜 받는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지긋지긋한 코로나19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제주지역에서 지난 20일부터 30일 사이에 확진자 18명이 발생했다. 맹수인 사자도 소의 엉덩이에 눈을 그리면 공격을 하지 않는데, 이 코로나19는 무차별적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기가 작지만 사자보다 더 무서운 놈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서움을 느끼는 그 무엇을 엉덩이에든 뒤통수에든 문신으로 새기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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