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史와 예술에 담긴 시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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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 등장하는 영웅과 철학자들, 소설가와 시인들, 그들이 빚어낸 작품 속 주인공들은 인생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들은 죽음을 앞둔 때면 늘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려가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가치있고 후회없는 지를 논쟁으로, 책으로, 몸소 실천으로 보여줬다.

독일 뮌헨대 교수 등을 거쳐 파리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로만어문학 교수를 지낸 원로학자 하랄트 바인리히(81)가 쓴 '시간추적자들'(황소자리 펴냄)은 서양 역사와 문학을 소재로 한 시간문화사다.

저자는 서양사 속에 등장하는 신화와 문학작품, 철학서들을 방대하게 인용하면서 인간이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인 시간의 모습을 추적한다. 시간활용법을 직설적으로 들려주는 경제경영서나 처세서와는 또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텍스트는 다른 시대를 산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을 나란히 저술한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부터 3천쪽에 걸쳐 시간 찾기 과정을 풀어낸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까지 고대부터 현대를 넘나든다.

과거의 시간에서 시작해 극 내부에서 시간극이 벌어지는 셰익스피어의 '햄릿', 주인공이 죽음의 시한에서 간신히 탈출하는 '아라비안나이트', '베니스의 상인', 삶을 연장하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파우스트', 빚쟁이에게 쫓기다 독약을 먹고 모든 시한으로부터 벗어난 '마담 보바리'의 엠마, 정해진 시간 내에 세계를 도는 내기를 하는 '80일간의 세계일주' 등에서 시간 문제만 뽑아냈다.

저자가 78세 때인 2005년에 내놓은 책은 "시간은 빠듯하다"라는 화두로 서론을 시작한다.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는 "인생은 짧고 기예는 길다"는 히포크라테스(기원전 460?-377?)의 경구를 이어받아 시간의 유한성을 사유한 첫 사상가로 지목된다.

초반부에는 '빠듯하다'는 말의 독일어와 프랑스어 어원, "인생은 짧고 기예는 길다"라는 히포크라테스 경구를 해석할 때 적합한 단어 선택 문제 등 비(非)라틴어 문화권에서는 감을 잡기가 다소 어려운 언어학적인 분석이 이어진다.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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