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팽에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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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 제주국제대학교 국제교류원특임

어디로 가야 할지 이정표도 없고, 관료들은 있지만 믿고 길을 물을 만한 사람이 없는, 황량한 사막을 헤매는 것과 같은 세상입니다.

그것은 국가 기강이 흔들리면서 이정표를 잃어버렸기 때문이죠.

집단폭행 현장에 출동하고서도 폭행을 구경만 하는 경찰, 경계를 소홀히 하는 군인, 고위직 자녀들의 병역, 취업 등으로 인한 잡음, 한국을 대표하는 갑질 재벌가인 한진그룹의 이명희 씨에게 집행유예 선고와 함께 3관왕의 영예(?)를 안겨 준 사법부, 그뿐인가요?

8·15 광화문 집회를 허가해 준 판사에 대한 해임 청원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의 폭발이며, 광화문 집회로 인한 바이러스 확산은 나라를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었습니다.

국가 정책 가운데 부동산 정책은 국민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책인데 연이은 정책 실패로 국민의 불만이 극에 달해있음에도 국토부 장관은 정책 실패를 부인하고, 법무부 장관은 투기세력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취지로 정책의 실패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투기세력이 있다면 투기를 방지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정책이 아닐까요?

오늘날, 이렇게 어수선한 사회가 되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후보자를 검증하는 인사청문회에서 청렴이나 국가관이 부족하여 부적격판정을 받은 후보자를 대통령이 기용하면서 국가 기강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국가 정책은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하여 수립되어야 하는데 탈세,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등을 일삼던 이들에게 국민을 위한 정책을 요구하는 것은 낙타에게 바늘구멍 통과를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주택을 소유한 것이 잘못이냐?’라며 악을 쓰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한 국회의원이었습니다.

그의 주장은 옳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든 부동산 장사를 할 수 있겠죠.

그러나 부동산 장사를 하려면 공직을 떠나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김상돈 초대 민선 서울시장이 취임식장에서 ‘모두 도둑놈’이라는 뜻의 일본어인, ‘민나도로보데스(みんな泥棒です)’라고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부정부패로 얼룩진 현실을 일본어로 표현한 것을 이후, 권력을 가진 자들의 부정이나 횡포를 조롱할 때 사용하는 말이 되었는데 지금의 공직자들에게는 ‘도로보’가 아닌 청렴이 필수이어야 합니다. 조선 시대의 공직자들에게는 사불삼거(四不三拒)라는 실천사항이 있었습니다.

행해서는 안 될 네 가지와 거절해야 할 세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부업을 하는 것, 땅을 사는 것, 집을 늘리는 것, 근무지의 명산을 먹지 않는 것을 사불(四不)이라 하였습니다.

조선 영조 때, 김수팽은 사불삼거를 몸소 실천했던 청렴한 관리였습니다.

김수팽이 동생 집을 방문하였을 때, 염색용 물감이 들어있는 장독을 깨뜨리며 ‘공직에 있는 네가 염색업을 한다면 백성들은 무슨 일을 하여 생계를 유지할 것이냐?’라며 동생을 꾸짖었다는 유명한 일화는 오히려 이 시대의 관료들의 비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제, 김수팽과 같은 참된 관료를 찾아야 합니다. ‘인사만사(人事萬事)’라는 말이 절실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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