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축문화 품은 오름 전체가 한 폭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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궷물오름과 백중제단
산중 ‘궤’에서 솟아난 맑은 물
먹이를 주던 구시물통도 ‘눈길’
궷물 전경.
궷물 전경.

-밧이라고도 불리는 장전리는 1609(광해임금 원년) 제주에서 처음으로 방리(坊里=村里)제를 시행할 당시부터 장전리로 불려왔으며, 제주읍지방리(1785)에도 신우면(新右面) 장전리(長田里)로 기록돼 있다. -밧 일대는 제5소장의 중심지로, 5소장에 종사하는 목자들이 모여 살면서 목장을 일구었던 곳이다.

목축문화를 품은 궤물오름이 있어 위대한 장전리

궷물오름이 있는 장전리 공동목장은 1894년 갑오개혁으로 공마제도 폐지 이후 마을의 목양지로 활용되고 있다. 장전리와 소길리 그리고 유수암리의 공동 학구인 장전초등학교는, 1946년 오래전 사장(射場)밭이었던 곳에서 개교하였다. 사장밭이란 1270년대 삼별초 입도 이후 병사 또는 선비들이 말 달리고 활을 쏘았던 장소(射場)가 밭으로 변했음을 보여주는, 제주의 역사문화를 간직한 단어이다. 장전(長田)은 고려와 조선 조정에서 역장(驛長)에게 지급된 토지를 일컫는다. 장전리라는 지명은 김통정 장군이 대몽항쟁 당시 이 지역 일대의 군사훈련 책임자인 역장(驛長)에게 지급된 토지의 명칭에서 유래된 것으로 여겨진다.

목축문화의 상징 궷물과 백중제단

유수암 마을과 평화로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굴다리를 지나, 장전공동목장 길을 따라 1킬로를 오르면 만나는 산록도로 바로 남쪽에 조성된 궷물오름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산책하듯 남서쪽으로 난 소롯길로 5백여 미터를 오르면, 또 다른 풍경이 우리를 맞는다. 산중에 심경지수(心鏡之水) 같은 물이 흐르다니! 태고적부터 숲 아래에 형성된 자그마한 궤에서 맑은 물이 흐르고 그 물을 가두는 크고 작은 연못들이 조성되어 있다.

궷물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제주의 목축문화를 엿볼 수 있는 비경과 비사가 숨어 있었다. 위에는 수컷 아래는 어미와 새끼로 나눠 마소에게 물을 먹였던 물통들도, 먹이를 물에 섞여 주는 구시물통도 남아 있다. 또한 이곳 주변에는 마소의 번성과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백중제를 지내는 제단과 테우리 막사, 큰노꼬메와 작은노꼬메로 가는 여러 갈래의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백중제단

제주의 목축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이곳은 노천박물관이라 부를만 하다. 궷물에서는 사시사철 맑은 물이 솟아나 아래의 물통으로 흐른다. 선인들은 오래전부터 이 물을 이용하여 백중제를 지내어 왔다. 궷물 바로 위로 난 전망 좋은 곳에는 영험스러운 백중제 제단이 조성되어 있다. 오래된 소나무를 신목으로 하여 자연석 주변에 담을 둘러 소박한 백중제단을 조성한 것이다. 해마다 음력 714일이 되면 제주도의 모든 마을에서는 백중제라는 제사를 지내기도 했었다.

목축문화를 엿보기 위해 테우리코시와 백중 마불림제를 소개한다. 테우리코시는 백중날 테우리라 불리는 목동들이 소와 말을 관리하는 테우리 동산으로 가서, 떡과 밥 그리고 술 등 준비한 제물을 조금씩 케우리며(흩뿌리는 고수레) 그 해 목축이 잘 되기를 기원하는 제의이다.

이때 목자들은 자기들이 소나 말을 키우는 언덕 이름을 하나씩 새겨나간다. 대부분 테우리가 관리하는 마을 목장의 이름이 입에 오르내린다. 백중마불림제는 보름날 마소를 먹이는 일반 농가에서 제물을 차리고 백중제를 지낸다. 전날 우마를 넓은 밭에 미리 가두어 두는 밭을 바령팟이라 한다. 관에서도 마조단에서 우마의 무병과 번식을 위하여 기원하는 축문을 올려 제사를 지내고, 사찰에서도 백중제를 지낸다.

테우리명절 또는 테우리코시라 불리기도 하는 백중제는 마소를 기르는 집에서 올리는 명절인 셈이다. 사냥이나 목축의 신을 본향당신으로 모시고 있는 마을에서는 당굿으로 백중마불림제를 지내며, 목축을 하는 사람들은 집집마다 제물을 장만하여 그날 밤 자시에 테우리동산에 가서 제를 지내기도 했다. 마불림제는 장마철에 낀 곰팡이를 말린다는 의미와, 마소를 불어나게 제사 지낸다는 의미를 내포한 말이기도 하다.

테우리 막사
테우리 막사

테우리 막사 주변의 비경

궷물 주변을 둘러보고, 최근 조성된 길을 따라 오르며 주변 경치에 취하다보면 이내 테우리 막사를 만난다. 테우리란 말과 소를 들에 풀어놓아 먹이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목자를 일컫는 제주어이다. 추위와 외부의 침입에 대비하여 경관 좋은 곳에 지은 막사는 테우리들의 보호처이자 의지처이다. 테우리들은 어려움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앞으로는 제주바다가 훤히 보이는 이곳에 그들의 막사를 지었을 것이다.

복원된 테우리 막사는 옛 모습과는 사뭇 다른 형태이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낫기에, 복원된 테우리 막사에도 정감이 간다. 테우리는 마소를 관리하는 일 외에도 파종한 밭을 밟는 일과 바령밭() 농사일도 했다. 이러한 테우리들의 거처를 우막(牛幕)집이라고 하는데, 도롱담을 쌓아 올린 후 나뭇가지를 걸치고 그 위에 새(띠풀)나 어욱(억새)으로 덮어 지붕을 만들었을 것이다.(바령팟: 마소의 똥과 오줌은 흙의 훌륭한 영양제로 비옥도를 높이려면 땅의 기운을 불어넣어 줘야 했다. 이 일을 바령이라 하고, 그 밭을 바령팟이라 한다. 도롱담: 둥그렇게 쌓아 올린 담을 일컫는 제주어이다.)

테우리 막사를 둘러보고 야트막한 궤물오름 정상에 오른다. 한라영봉과 오름들이 펼쳐지는 그곳은 또 다른 선경이다. 심호흡하며 새로운 정기를 마시며 숲 그늘을 따라 난 길을 내려오니 나무들 사이로 숨을락말락 노꼬뫼 오름이 보인다. 바로 그곳으로 방향을 틀면 만나는 곳이 비경인 절단밭이다.

이곳은 제주관광공사가 제주10경 중 하나로 선정할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공동목장 지명인 절단밭이 펼쳐지고 그 뒤로는 노꼬메 오름이 자리 잡고 있다. 신혼부부로 보이는 이들이 증명사진 찍기에 바쁜 모습을 보는 것도 또 다른 볼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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